[호세프 취임 두 달 … 브라질 경제는] 소비에 취한 '삼바 경제'…5424만원 현대차 i30 매장 북적

● 글로벌 워치

작년 車판매 8% 늘어 324만대…소득 늘면서 중산층 구매력↑
서민들은 미용상품 구입 급증

상반기 물가목표 4.5% 웃돌 듯

상파울루 도심 아베니다 파울리스타에 있는 미용실 마리아살롱데델레자.평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겼는데도 고객들로 붐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미용사들이 바쁜 손놀림으로 고객들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가 하면 입구 쪽 소파에선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잡지를 보고 있다. 미용사 경력 4년인 클라우디아 씨(29)는 스트레이트 파마와 염색을 하는 30대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멋부리기 좋아하는 브라질 여성들은 스트레이트 파마 비용으로 평균 200헤알(13만5000원)을 선뜻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 소비 확대,상류층 자동차 구입미용실 이용뿐 아니라 브라질 서민층인 C계층(소득 5분위 중 중간 계층으로 약 9500만명)의 미용 상품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브라질 인구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8년 새 C계층 소비자의 미용 관련 제품 소비는 8.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과거에는 서민들이 잘 사지 않던 헤어컨디셔너,헤어팩 등을 적극적으로 구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융회사의 대출 확대와 최근 위생용품 및 화장품 소매상의 할부판매가 소비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요인으로 멋을 부려야 일자리를 찾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꼽을 수 있다.

상위 계층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적극 구입하고 있다. 자신을 이벤트 진행자라고 밝힌 지어나 바가스 씨(30)는 투싼 신형 모델인 'ix35(국내명 투싼 ix)'를 사기 위해 상파울루 도심 모룸비 쇼핑센터 인근에 있는 현대자동차 딜러매장을 찾았다. ix35는 평균 판매 단가가 10만헤알로,미 달러로 환산하면 6만5000달러에 달한다. 현대차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i30'로 브라질 평균 판매 가격은 8만헤알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5424만원으로,국내 판매 가격의 2.8배에 달한다. 이처럼 브라질 자동차 가격이 비싼 것은 전체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7%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세 등을 포함한 세금 비중이 14.7%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열린 현대차 브라질 공장 기공식에서 만난 엘버르토 엘러리지 로이터 기자는 "35%의 관세가 붙는데도 현대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데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작년 브라질 자동차 판매는 324만대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경제성장에 따른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데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즐기려는 국민들의 성향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전에 만성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탓에 저축을 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국민들의 뇌리에 짙게 깔려 있다. 브라질에서는 대부분의 건물 임대료도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자동적으로 올려줘야 할 만큼 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곳곳에 남아 있다. 브라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5%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확대와 소득 증대 등에 따라 내수소비가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게 브라질 경제 지속 성장의 주요인"(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꿈틀대는 물가다. 브라질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83%로 월간 상승폭으로 2005년 4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물가상승률은 5.91%로,2004년 이후 최고치였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더 심각하다. 차량 연료로 쓰이는 에탄올 가격은 ℓ당 1.7헤알 안팎으로 최근 수개월 사이에 10% 이상 올랐다. 미래에셋 브라질법인에 근무하는 리카르도 비에이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고기 옥수수 밀 등 식품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서비스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통화당국이 수요 증대로 촉발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르는 물가,금리 인상으로 잡힐까골드만삭스도 올해 브라질 경제의 현안으로 물가를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이머징 국가 보고서에서 브라질 물가가 상반기 중 통화당국의 관리 목표인 연 4.5%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증가와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작년 9월 이후 브라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화당국의 물가 목표를 계속 웃돌았다.

통화당국과 브라질 정부는 달아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BACEN)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 11.75%로 0.5%포인트 올렸다. 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작년에도 기준금리를 3회에 걸쳐 총 2.0%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높은 금리는 핫머니 유입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올 들어 브라질은 해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시 부과하는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2%에서 6%로 세 배 인상하는 등의 거시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국내외 금리 차가 큰 탓에 외국 자본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금융시장에 맴돌아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소비가 활성화될수록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경제구조 개혁도 브라질 정부의 숙제다. 소비가 주도하는 브라질의 경제성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상파울루=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