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의 오해와 진실

(1) 천연 비타민이 더 우월?…흡수율 높지만 합성과 효능 같아
(2) 원료 80%가 중국산인데…순도·효과 떨어지진 않아
(3) 많이 먹으면 癌도 예방?…섭취 한도 넘지 않는 게 좋아

피로회복 노화방지 숙취해소 등을 위해 비타민을 상복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루 권장섭취량의 수십 배를 먹으면 항암 및 항노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천연원료 등을 강조하는 식품업계의 공세적인 마케팅,바쁜 일상에서 비타민 섭취로나마 건강을 챙겼다고 믿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겹쳐 시장이 1조원대(의약품 1500억원,건강기능식품 등 8400억원 추산)에 근접하는 추세다. 비타민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정보를 간추려 소개해본다.

◆천연비타민이 합성비타민보다 나은가'천연비타민'은 과일 채소 효모 등에서 주성분을 추출한 '천연원료' 비타민으로 합성비타민을 사용하지 않고 정제나 캡슐 형태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부형제(賦形劑)만 사용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천연원료비타민이다.

이 중 비타민C는 아세로라 감귤류(레몬 오렌지 라임 귤 등) 추출분말에서,비타민B군은 강화효모에서,지용성 비타민인 A와 D는 대구간유 등에서 원료를 조달하고 있다. 이 밖에 당근 샐러리 알팔파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케일 조류(藻類) 등이 원료로 사용된다.

천연원료를 사용한 '브이 푸드'(일명 고현정 비타민)로 히트를 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영국에서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천연원료가 더 흡수되고 체내에 더 오래 잔류한다고 설명했다. 리보플라빈(비타민B2)은 혈액으로 흡수돼 간에 잔류하는 양이 천연원료 비타민이 합성비타민에 비해 1.92배 많고,나이아신(비타민B3)은 혈액으로 천연식품형태가 합성비타민보다 3.94배 더 잘 흡수되고 간에서 1.7배 많게 잔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합성비타민 공급업체인 DSM뉴트리션코리아의 윤연정 차장(약사)은 "천연원료가 합성비타민보다 흡수율이나 잔류율에서 우월할 것이라는 가정에는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인체에 미치는 효과면에서도 더 나을 것이라고 입증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며 "그동안 비타민의 효과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합성비타민 섭취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타민 B군을 만드는 효모는 자연상태에서 하루 권장섭취량을 충족할 만큼의 양을 만들지 못해 효모에게 합성비타민을 먹이는 방법으로 천연원료를 생산한다. 비타민C는 천연이나 합성이나 화학식 구조 및 체내에 흡수되는 경로가 같다. 따라서 천연 비타민은 비싼 가격 대비 효용성을 검토해 구입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제품의 80%가 중국산과거 비타민 원료의 맹주였던 로슈가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회사를 네덜란드계 DSM사에 매각하면서 지금은 전 세계 합성 비타민 원료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산도 엄연히 자국 및 국제기준에 맞춰 99%이상 순도의 적격 제품을 만든다. 상표를 들으면 알 만한 국내외 유명 비타민제도 거의 대부분 공급가가 낮은 중국 원료를 사용해 생산되고 있으며 효과에 문제가 없다는 게 해당 제약사의 입장이다.

다만 중국산 제품의 전반적인 신뢰가 낮은 가운데 식품류에 다량 첨가되는 저가 원료의 경우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내서는 고려은단 제품만이 유일하게 모든 성분을 유럽산으로 조달해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비타민 B군 성분에 한해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화학적 공정을 가해 활성형으로 바꿔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쓴다. ◆메가비타민 요법,건강에 유익한가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비타민C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100㎎.노벨화학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1960년대 후반부터 비타민 연구에 몰두,하루에 최대 1만㎎의 비타민을 복용하면 암 환자 생존기간이 13~21배 연장되고 감기도 빨리 낫는다고 발표해 세계적인 비타민 바람을 몰고 왔다.

이왕재 하병근 염창환 등 비타민 대량투여(메가비타민)요법을 옹호하는 의사들은 "딱히 아픈데는 없지만 늘상 피곤과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통상적인 섭취권장량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수십배를 먹음으로써 이를 해소할 수 있다"며 "과량의 수용성 비타민은 자연배출돼 거의 무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과량의 비타민C섭취로 인해 신장결석이 생기고 DNA가 깨져 암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폴링 박사의 연구는 혈관으로 투여해야만 암세포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의 재현 연구 결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비타민의 효과는 각종 실험에서 들쭉날쭉 편차가 심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개인의 체험을 일반화하는 게 문제"라며 "영양상태가 좋은 요즘 한국인에게 비타민 결핍은 거의 드문 일이라서 인위적인 보충제 섭취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지만 메가비타민 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상한섭취량을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