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유가→식량 '인플레 악순환'…'재스민' 아시아로 번질 수도

● 국제식품가격지수 또 최고치

공급량 주는데 신흥국 수요 급증…각국 금리인상 등 물가잡기 비상
쌀수출국 미얀마 '수출 중단'
"이 추세로 가면 빈곤국가들이 한계 상황에 몰린다. "(국제통화기금) "재스민 혁명 다음 대상 지역은 식량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아시아다. "(블룸버그통신)

이상기후로 시작된 식량 가격 폭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제 원유 가격까지 폭등해 식량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식량값 폭등이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고,이로 인해 촉발된 원유값 고공행진이 다시 식량 가격을 밀어 올리는 '도미노 인플레이션' 파장이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스의 진단이다.

식량 가격 폭등은 홍수와 극심한 가뭄 현상을 일으키는 라니냐 등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차질이 1차적인 원인이다.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소비 증가로 수요는 폭증하는 형편이다. 수급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밀과 옥수수가 각각 58%, 87% 오르는 등 곡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육류도 이 기간 20% 이상 올랐다.

최근 들어 국제식품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배경에는 원유가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진단이다. 곡물과 육류의 수송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할람 FAO 이사는 "배럴당 100~110달러 수준으로 오른 국제 유가로 곡물 등의 운송비가 덩달아 뛰면서 식량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오연료용으로 많이 쓰는 옥수수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각국 정부도 물가 고삐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식량 가격 상승세 지속은 인플레이션은 물론 리비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혁명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자국 식품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쌀 수출을 금지했다. 미얀마는 연간 100t가량의 쌀을 수출한다. 전 세계 쌀 거래량(3000만t)의 3% 수준으로 절대적인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식량안보 조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압둘레자 압바시안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국 이익을 위해 농작물 수출을 억제하고,비축을 늘리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러시아가 밀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중국은 올해 지난해 수입량 120만t의 두 배가 넘는 최대 300만t의 밀을 수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가 폭등에 따른 소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도 잇따른다. 펠릭스 로하스 볼리비아 노동장관은 공공 부문 근로자 임금을 10% 올리고 최저임금도 2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은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르면 다음달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국제식품가격지수 (FFPI)

FAO food price index.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품 가격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고안한 지수.곡물류와 육류,유(乳)제품,식용유,설탕 등 5가지 식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총 55개 품목의 가격을 합산해 산출한다. 소비 성향의 변화를 감안해 주기적으로 품목별 가중치를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