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비만 기준 바꿔야...
입력
수정
“비만의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체격지수(BMI)의 기준을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재고하여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최초로 제시되었다.
이 연구는 서울의대 유근영 교수, 강대희 교수, 박수경 교수가 주도하여 2005년 출범한 100만 명 규모의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이 이룬 최초의 연구결과로, 이번 연구를 위해 7개국 19개 코호트로 구성된 114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아시아인들을 평균 9.2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이어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과학적 증거로 간주된다.
이 연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Impact Factor = 47.05) 364권 8호에 2월 24일자로 게재되었다.
비만한 사람의 경우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대부분 체격조건이 다른 유럽이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에 근거하는 것이어서 아시아인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과체중' (BMI 25 이상)이나 '비만' (BMI 30 이상) 기준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있어 왔지만 이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하는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시아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비만지수(BMI)가 22.6 에서 27.5 인 경우가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BMI가 35 이상으로 높은 경우 사망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1.5배나 높았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과체중'으로 고생하고 있는 인구는 10억 명에 달하며,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는 인구는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한 사람의 경우 체내 지방조직으로부터 각종 내분비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의학적으로는 성인에서 주로 걸리는 제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근경색증, 뇌졸중 그리고 유방암이나 대장암, 전립선암과 같은 서구형 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인종 간에 차이가 있어서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 인들은 비만한 경우에도 사망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힌 특이한 사항은 저체중 현상과 사망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이다.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은 서구인에 비해 마른 편이며 특히 극심한 '저체중' 현상이 건강이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과학계의 숙제이었다. 즉, 비만지수가 15 이하로 극심한 저체중의 경우 사망할 확률은 비만지수가 22.6~25.0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보다 무려 2.8배나 높았다. 비만지수가 15.1~17.5일 경우에는 1.84배 17.6~20.0일 경우에는 1.35배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중국-일본이나 인도인들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 대규모 국제공동연구는 한국에서는 유근영 교수 등이 1993년에 시작한 한국인 다기관 암 코호트연구(KMCC)가 단독으로 참여하였으며, 연구주제의 발제와 책임연구는 미국 반더빌트 대학의 웨이 쩽 교수가 주도하였다. BMI (Bode Mass Index) =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