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펀드는 적립식이 무조건 유리?

장기ㆍ적립식 투자 ABC
'가입ㆍ환매 타이밍'이 수익률 좌우
거치식ㆍ적립식펀드 수익률 비교
"펀드 지금 들어도 괜찮을까요?" 펀드평가사업을 하고 있는 필자는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주위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일반투자자들 중에 적립식 펀드와 거치식 펀드의 정의와 특징에 관해서 정확히 모르고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어 아쉬울 때가 많았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거치식 펀드와 적립식 펀드는 무엇이고,왜 수익률 차이가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거치식펀드와 적립식 펀드 어떻게 다른가

거치식 펀드란 말 그대로 일정 금액을 한번에 넣고 추가로 돈을 넣거나 환매하는 것 없이 만기까지 투자하는 방식이다. 거치식 펀드는 최초 납입한 금액과 지정한 날짜의 평가금액으로 계산된 값이 펀드의 수익률이 된다.

이에 반해 적립식 펀드는 정기적금처럼 매월 지정한 날짜에 일정 금액을 나눠 납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적립식 펀드는 매달 지수의 등락에 따라 매입 단가가 달라진다.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수가 낮아질 때는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으며,지수가 높아질 때에는 비싸게 사게 된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낮아진 가격대에서 매수하게 된 투자자는 추가적인 매수를 하지 않은 투자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이득을 보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다.

가령 A와 B라는 투자자가 동일한 금액을 거치식펀드에 가입했을 경우와 나누어서 적립식으로 가입했을 경우 수익률을 비교해 보자.A투자자가 400만원을 국내 주식형펀드인 KB그로스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에 2007년 11월1일(코스피지수 2063.14)에 가입했다고 가정하고 현재시점(2011년 2월28일 · 코스피지수 1939.30)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15.69%가 된다. 코스피지수는 낮아졌지만 펀드 운용을 잘한 결과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자의 수익률은 더 높다. B투자자가 매달 27일 10만원씩 40번에 걸쳐서 적립식으로 같은 펀드를 가입했다면 동일한 기간 동안 수익률은 46.74%를 기록해 거치식으로 가입한 A투자자에 비해 31.05%포인트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A투자자와 B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한 시점의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넘어서며 사상최고가를 달성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에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는 900선까지 추락했다가 약 3년 만에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A투자자는 400만원이라는 목돈을 넣어두고 주가지수가 회복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기다렸던 반면 B투자자는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기간에도 매월 10만원씩 꾸준히 불입했기 때문에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져 주가지수가 제자리로 되돌아온 현재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적립식 펀드가 유리할까. A투자자와 B투자자가 280만원으로 KB그로스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에 각각 거치식과 적립식으로 2008년 10월27일(코스피지수 946.45)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이때 현재시점(2011년 2월28일)까지의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거치식으로 가입한 A투자자는 172.23%로 적립식으로 가입한 B투자자의 54.44%보다 높게 나온다.

앞의 사례에서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 즉 가입한 후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초기에 목돈을 투자한 거치식 펀드의 수익률이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난다. ◆예측불허 증시…적립식이 안전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대체 어떤 방식의 펀드를 가입해야 할까. 필자는 앞에서 극단적인 예를 들어 첫 번째는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점,두 번째는 주가가 가장 낮았던 시점에 가입했을 경우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상품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절대로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문가라고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조차 주가지수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하물며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지수를 예측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직선으로 상승하지 않고,2~3년을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필자는 거치식 펀드보다는 적립식 펀드를 추천하고 싶다.

펀드에 투자할 때 수많은 펀드 중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어려운 만큼 매매타이밍을 포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투자자들은 주가지수의 등락을 살펴보면서 언제 가입할까 고민하기보다는 매달 소액을 조금씩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한 투자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적립식 펀드는 우선 매달 적은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시장상황에 잘 동요되지 않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주가지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경우 매달 일정한 날짜에 투자금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저가매수를 할 수 있으며,주가가 올랐을 때도 투자금액은 일정하게 고정돼 있기 때문에 코스트 에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의 펀드 환매 사태로 인해 적립식 펀드도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 대비 계좌 수로는 40%,자산 규모로는 30%나 감소했다. 이는 작년 말과 2011년 초에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몰려 있고,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펀드시장에 대한 실망한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으로 환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적립식 펀드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중간에 불입을 중단하거나 환매하지 않고 주식시장의 최소 주기인 2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납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gunokim@fngu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