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시행사 바뀌나

LH "땅값 6천억 못내면 제외"
건설사 "규모 줄여야 사업성"
'용산 역세권' 재연 가능성

"땅값 납부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자신 없으면 사업에서 아예 빠지세요. "(LH 관계자)

"LH가 규모를 줄여 주지 않으면 사업 계속은 불가능합니다. 손 떼라면 그럴 수밖에 없죠."(시공사 관계자)경기도 판교신도시 랜드마크로 추진되고 있는 5조원 규모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롯데건설 등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 조건을 바꿔달라"고 버티자 땅주인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에서 빠지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LH는 늦어도 다음달까지 건설주주 교체 등 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시공사 재모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H,시행사 교체 검토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알파돔시티 시행사로 참여한 건설사들에 대해 착공을 하든가,아니면 사업에서 빠질 것을 결정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미납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기존 건설투자자를 빼고 지방행정공제회 LH 등 재무적투자자와 전략적투자자를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새로 구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는 롯데건설(지분율 11.5%) SK건설(4%) 대림산업(4%) 등이다.

LH 관계자는 "신분당선 개통이 9월로 다가왔지만 알파돔시티 착공 지연으로 판교역사와 주변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있다"며 "전철 개통 전에 착공되도록 늦어도 4월까지 대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극적으로 타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건설사들은 C블록(주상복합),6블록(판교역사 상업시설),7블록(호텔 업무시설 복합시설) 등 알파돔시티 3개 블록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7블록을 사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강행할 수는 없다"며 "사업 축소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는 법 규정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LH 관계자는 "매각한 땅의 사업 조건을 번복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일단 허용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도 비슷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LH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판교 주민 불만 고조LH는 알파돔시티 사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비 5조원 규모의 알파돔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과 주변부에 주상복합 상업시설 업무시설 호텔 등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판교신도시의 핵심 상업 · 업무 기능을 담당해야 하지만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끝났는데도 착공조차 안돼 판교신도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교 주민들은 이에 따라 분당신도시의 상가나 학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알파돔시티 사업시행사인 ㈜알파돔시티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 1월11일 납부 시기가 도래한 6차 토지 중도금 2000억원을 내지 못해 미납금액은 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땅값을 내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5460억원도 지난달 말 만기를 2개월 연장했지만 이자 부담이 늘어 사업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