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시늉만…경영평가 의식…'안팔릴 조건' 내세워

하이패스·인천종합에너지 등 잇단 유찰
"지난번하고 달라진 게 전혀 없네요. "

지난 2일 인수의향서를 받은 하이플러스카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매각 조건만 보면 도로공사가 하이플러스카드(하이패스)를 팔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이번에도 유찰될 가능성이 100%"라고 7일 단언했다. 입찰 최저 매각가격(162억원)이 시장에서 평가하는 금액보다 지나치게 높은 데다 민간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인프라는 빼놓은 채 카드사업부 매각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 첫 입찰 때 삼성카드 롯데카드 LGCNS 등 대기업들이 의향서를 낼 정도로 관심을 가졌으나 매각 조건과 가격이 너무 나빠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며 "이번에도 조건이 똑같아 일부 중소기업들만 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가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인수 희망자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매각대상 기업을 잘 포장하고 최저 매각가격도 낮춰야 하는데,공기업들은 시장 환경만 탓할 뿐 매각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평가다.

인천종합에너지와 인천논현집단에너지는 최근 실시한 2차 입찰이 무산됨에 따라 매각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경북관광개발공사도 두 차례 유찰로 매각이 힘들어지자 경상북도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민영화 포기다. 한국토지신탁은 입찰이 진행 중이지만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월 중순 투자의향서를 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이 그쪽이 의도하는 가격과 맞지 않아 지난달 말 예정된 실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장인 88CC와 뉴서울CC는 매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등 민간에 매각 업무를 아예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