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였던 한국 가계저축률, 美의 절반으로 '뚝'

지난해 2.8%…OECD 최저수준
소비 기반·성장잠재력 약화 우려
한때 세계 최고였던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득에 비해 소비 증가 속도가 빠르고 가계부채 및 각종 사회부담금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가계저축률 하락은 소비 여력을 줄여 내수 산업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 여력을 감소시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7일 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8%로 저축률 자료가 제시된 20개 회원국의 평균 6.1%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한국보다 가계저축률이 낮은 나라는 덴마크(-1.2%) 체코(1.3%) 호주(2.2%) 일본(2.7%) 등 4개국뿐이다. OECD는 내년 한국의 저축률이 2.8%로 일본(3.1%)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저축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 소비가 줄면서 저축률이 5%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저축률은 2000년 9.3%로 벨기에(12.3%)에 밀리기 전까지 OECD 국가 중 가계저축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2002년 신용카드 부실사태로 가계저축률이 한때 0.4%로 급락했고 2004년 9.2%까지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졌다.

가계저축률 하락은 소득 증가세 둔화와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 증가,금리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1990년대 12.7%에서 2000년대 6.1%로 낮아졌다. 반면 사교육비 증가,모바일 문화 확산에 따른 통신요금 증가 등으로 가계 소비지출은 증가했다. 또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이 체계를 갖추면서 가계의 저축여력도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중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비중을 뜻하는 국민부담률은 1990년 9.4%에서 25.0%로 상승했다. 시중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가계 이자소득이 감소하고 저축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저축률 하락의 원인이다.

가계저축률 하락은 소비 여력을 약화시켜 경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원기 한은 지역경제분석팀장은 "저축을 통해 축적된 부는 경기 하강기에 소비 능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며 "저축률 하락은 소비에 기반을 둔 내수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하고 경제 안정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가계저축률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순저축'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계산한 비율이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고도성장기였던 1975년 7.5%에서 1988년 25.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떨어지기 시작했고,2007년부터 2~3%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