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쇼크' 계기 수면 위로…통과는 불투명

●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논란

선물ㆍ옵션거래 0.01% 과세…3년 유예 거쳐 2016년 시행
"투자자 보호에 오히려 역행"…증권업계, 입법 보류 요구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수면으로 다시 떠오른 것은 최근 증권가의 '옵션 쇼크'가 계기가 됐다. 도이치증권은 지난해 11월 장마감 동시호가 때 대량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파생상품에서 큰 이익을 얻었고,한국 증시는 '옵션 쇼크'라고 부를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거래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투기적인 파생상품 거래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파생상품 거래세 법안이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거래 위축 등의 부작용이 크고 증권업계 등의 반발이 거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에서 재논의되나이 의원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위해 발의한 '증권거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 계류 중이다. 여야는 9일 협의를 통해 10일 법사위에 이 법안을 올릴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2013년부터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선물과 옵션에 대해 기본세율 0.01%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탄력세율을 적용,최초 3년간 정도는 '영(0)세율'을 적용해 실질적인 과세가 이뤄지지 않게 했다. 3년 이후에는 기본세율 0.01%의 10분의 1인 0.001%부터 세율을 적용하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으로 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영세율 적용 등으로 세 부담은 미미하다"며 "현물시장의 증권거래세와 형평성을 맞추고 투기거래 억제 등을 위해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 간에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법사위에 올라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번 임시국회 처리도 어려워진다. 정부 역시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강력 반발

증권사와 선물사는 거래세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수 확대와 시장 건전화라는 실익보다 시장 위축이라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입법안을 보류해달라는 업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A증권사 파생영업 담당 임원은 "파생시장은 현물 보유의 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해 잦은 거래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며 "그때마다 세금이 붙으면 세율이 낮아도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해 0.1~0.2%의 이익을 노리는 차익거래도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B증권사 연구원은 "차익거래 시장에 지난해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탓에 '11 · 11 옵션쇼크'의 충격이 더 컸다"며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오히려 역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거래와 연계된 금융상품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 시장인 선도,스와프 등 장외파생상품 시장으로 거래가 이전될 경우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업계는 파생상품에 세금을 매긴다면 거래세 외에 다른 형태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견해다.

금투협 관계자는 "해외에 자본이득세를 매기는 사례는 있지만 거래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며 "유동성이 중요한 파생상품 특성과 해외 사례를 검토하면서 세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욱진/김유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