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회장 10주기] '성공DNA'는 이어진다…현대車ㆍ현대重 '글로벌 톱 클래스'

● 현대家 계속되는 신화

현대차, 글로벌 빅3 '시동'…11년 만에 현대건설 되찾아
적통 잇고 '제2창업' 나서

현대중, 세계 1위 위상 굳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후 10년 동안 현대가(家) 기업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를 넘어 글로벌 톱 클래스 기업으로 올라서는 성장을 거듭했다. 주역은 장자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6남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가 만드는 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선박은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상품이 됐다. '현대(Hyundai)' 브랜드 역시 글로벌 전역에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창업보다 수성이 힘들다는 경제계 경구를 무색케 한 10년이었다. ◆세계로 질주하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경영을 책임진 1999년 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2010년까지 세계 5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메이커로 꼭 키워내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의 근면성에 집요할 정도로 철저한 현장중시 · 품질중시 경영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켰다.

현대 · 기아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는 575만대로 도요타(855만대)와 GM(840만대),폭스바겐그룹(714만대)에 이어 4위다. 2000년 11위에서 무려 7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33만대 글로벌 판매목표를 세우고 빅3 메이커 진입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판매량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 도요타 경영진들조차 "현대차의 약진이 무섭다"고 얘기할 만큼 현대 · 기아차는 인정받는 브랜드가 됐다. 1990년대 초 · 중반까지 미국 시장에서 저가차로 조롱받기 일쑤였으나 10년 외길 품질경영을 통해 모든 걸 바꿔놨다. 미 품질조사기관 JD파워가 실시하는 신차 품질조사에서 톱 클래스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아커 UC버클리 교수는 지난해 "현대차가 고품질 메이커로 자리잡는 등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고 이태왕 일본 아이치대 교수는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 전략을 감안할 때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자동차업계를 리드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주는 없다…제2 창업의 각오정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제2의 창업에 나서 현대차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등 그룹으로 올려놓기 위해서다. 좌우명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울 일이 없다)에서 보듯 그는 쉼이 없다.

바닥 다지기는 끝났다. 선대부터의 숙원이던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를 지난해 4월 준공한 데 이어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을 11년 만에 되찾았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철강-건설'을 미래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하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할 계획이다. 자산 규모 국내 1위인 삼성그룹 추격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일등으로 도약해간다는 구상이다.

채권단 손에 넘겼던 현대건설을 되찾아 온 것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개발연대를 거치며 맨 손으로 일군 현대가 그룹의 적통을 계승한다는 데서도 의미가 깊다. 현대차그룹은 당진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자동차용 고급 강판 확보가 쉬워져 완성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신재생에너지 및 환경 플랜트 등의 녹색산업 분야 발전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 · 기아차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강도 경량 강판을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에 대해선 그동안의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나 글로벌 일류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발돋움시킬 방침이다.

◆세계 1위의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은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1위 중공업회사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2001년 7조40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조선 사업에선 수주 규모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따라올 기업이 없을 정도다. 변압기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올 12월엔 미국에 변압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계열사도 그룹 출범 당시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뿐이었지만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을 시작으로 2008년 하이투자증권,2009년 현대종합상사,지난해 현대오일뱅크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금융 종합상사 정유를 아우르는 종합그룹으로 변신했다.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북 음성과 전북 군산에 각각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과 풍력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 중단 등으로 상대적으로 정체된 상태지만 내실을 다지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사인 현대상선을 필두로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등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현정은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매출이 2003년 5조42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원(잠정치)대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 밑으로 떨어졌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충격에서도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김수언/박동휘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