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회장 10주기] 일관제철소 '先代의 꿈'…정몽구 회장이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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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家 계속되는 신화…새 성장동력 당진 현대제철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제2의 도약을 선포하는 현장에 와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남들이 멈칫할 때도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오늘을 만들어 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
지난해 4월8일 이명박 대통령이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당시 남색 점퍼를 입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감격스런 목소리로 "땀과 열정을 바친 일관제철소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며 대통령의 축사에 화답했다. 정 회장이 당진 일관제철소 준공에 큰 의미를 둔 것은 2006년 기공식 이후 1주일에 두세 번씩 헬리콥터를 타고 건설현장을 방문해 열정을 쏟아온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친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어서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자동차와 조선소에 이르는 중공업 육성을 위해 철강사업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1978년엔 정 명예회장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을 전격 인수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철강업에 민간기업이 진입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현대 측 논리와 '과당경쟁으로 한국 철강업계가 공멸한다'는 반대 논리가 첨예하게 부딪쳤다. 정 명예회장은 인천제철의 경영구조를 안정시키면서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이후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부터 최종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공정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일관제철 사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의 숙원은 정 회장으로 넘겨졌다. 정 회장은 1995년 말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미래 수종사업으로 철강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2000년 강원산업,삼미특수강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2004년엔 한보철강까지 편입시켰다. 2년 후인 2006년,정 회장은 국내 철강업계에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켰다.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10월 공사에 들어갔다. 선친인 정 명예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선 공급과잉과 과당경쟁 논란이 일었다. 고로 조업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보란듯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었다. 지난해 초 1고로의 조속한 조업 안정화를 이뤄낸 데 이어 연말에는 2고로를 가동하면서 수익성까지 확대하는 '고로 효과'를 봤다. 현대제철은 작년부터 쇳물을 뽑아내기 시작한 1 · 2고로를 통해 연간 800만t 체제를 꾸렸다. 세계 처음으로 비산먼지가 날리지 않는 친환경 밀폐형 원료 저장설비도 지었다. 조만간 3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3고로를 건설,총 1200만t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전략도 세웠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