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과학"…퀀트펀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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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적 분석 통해 고수익 추구주가 움직임을 인간이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펀드매니저의 주관을 배제하고 과학적 계량분석 기법을 동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있다. 바로 퀀트(quant)펀드다. 선진국과 달리 국내 퀀트펀드 시장은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퀀트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7개 상품 출시…가입자 급증세
9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퀀트펀드 설정액은 지난 8일 현재 570억원(공모펀드 기준)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아직 작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17억원)에 비해 33배로 불어났다. 현재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퀀트액티브증권투자신탁' 등 17개 퀀트펀드가 출시돼 있다. 퀀트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44%로 전체 국내주식형(2.55%)을 앞서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선 더욱 각광받고 있다.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은 2008년부터 주식 자산군에 '액티브 퀀트'라는 유형을 별도로 마련,외부에 운용을 맡기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퀀트펀드에 위탁운용을 맡긴 자금은 작년 말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액티브펀드(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안정성이 높고,인덱스펀드보다는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퀀트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만개했다. 주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인 포트폴리오 이론,자본자산가격 결정모형(CAPM) 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실전에 적용한 펀드들이 출현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퀀트펀드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작년 초 공모펀드에 거래세를 부과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은 선 · 현물 차익거래를 통해 시장 대비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했는데,거래세 부과로 차익거래가 힘들어지자 퀀트펀드를 대안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퀀트펀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인덱스운용본부를 퀀트운용본부로 바꿨고,우리자산운용은 퀀트펀드 모델을 연구하는 알파운용본부를 신설했다. 대신자산운용은 내달부터 금융공학본부 산하 퀀트운용팀을 퀀트운용본부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퀀트펀드
quantitative fund.계량적 투자모델을 통해 체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벤치마크(비교대상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예컨대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으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급락한 종목'을 탐색하는 모델을 만든 뒤,그에 부합하는 종목이 나타나면 자동적으로 펀드에 편입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