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한국은 이미 경제강국…세계인이 동북아로 오는 거점역할 기대"

특별 기조연설 주요내용
한국 금융허브 되려면 투명한 지배구조와 균형잡힌 규제 필요
남북 통일은 또다른 기회…南 자본·北 노동 합치면 굉장한 경쟁력 갖출 것
서울 신라호텔에서 9일 개막된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연사들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큰 기대를 표명했다.

요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특별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개방적이고 현대화된 경제강국으로 유럽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을 매우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동북아시아로 오는 거점(gateway),혹은 중심(center)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도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라며 "따라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국은 향후 가장 활발한 경제가 될 것이고,이것이 내가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은 "주요 20개국(G20)이 세계 여러 국가 간 타협안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한 세계 시장질서 개편에서 한국이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명성 강화,규제 완화가 관건

해외 연사들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은 수년 전부터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 왔는데 이를 위해선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식을 매도하고 상품을 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해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아예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과거에 몇 번 한국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데 같은 은행에서 같은 이름으로 계좌를 옮기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이상한 규제가 있었다"며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규제를 유지하면서 금융허브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만 없다면 한국에 당장이라도 투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널드슨 위원은 "서울이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자유롭게 소통돼야 하고 지배구조가 개방돼야 한다"며 "그래야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자본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 규제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규제는 자유로운 시장활동을 저해해 시장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고,그렇다고 너무 규제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법 행위가 판 칠 수 있다"며 "균형 잡힌 규제는 금융허브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유럽과의 FTA 빨리 비준해야

페르손 전 총리와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도널드슨 위원은 각각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 · 미 FTA가 한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한국 국회가 두 FTA를 하루 빨리 비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페르손 총리는 "나는 자유무역 신봉자"라며 "스웨덴은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해 성공했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경제 규모는 크지만 세계 강국은 아니다"며 "한국과 같은 중간 규모의 시장은 다른 시장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개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도 스웨덴처럼 큰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해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은 한국에 또 다른 기회 될 것

해외 연사들은 최근 긴장이 강화된 남북 관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남북한이 통일될 것이며 이는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저스 회장은 "통일이 되면 남한의 자본력과 경영능력,북한의 값싸고 잘 훈련된 노동력이 합쳐져서 굉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 점이 중국이나 일본이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페르손 전 총리도 "남북 관계가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면서도 "북한은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통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다른 해결책은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