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新 고려장

40대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낙동강 하구 을숙도 광장에 버렸다. 마를 대로 말라 몸무게가 38㎏밖에 안 되는 노인이었다. 100여만원의 벌이로는 치료비를 대기에 벅찼던 데다 치매 증세가 악화되자 몹쓸 짓을 했다고 한다. 병든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 놓고 연락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부모인 것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경우까지 있는 모양이다.

노인 자살이 2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한림대 의대 김동현 교수팀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인구 10만명당 65세 이상 자살자 수는 77명으로 1990년 14.3명의 5.4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15~34세 자살이 2.5배,35~64세가 3.4배 증가한 것보다 상승폭이 훨씬 크다. 노인에 비해 중 · 장년층 자살률이 높은 일본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학대받거나 버려지는 노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란다. 노후 준비 없이 늙고 병들어가는 터에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다 보니 극단적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현대판 고려장이라 할 만하다. 노부모를 학대하는 데도 종류가 있다. 부모가 무엇을 물어봐도 대꾸하지 않고 집안에서 따돌리는 정서적 학대,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제적 학대,노인성 질병에 시달려도 방치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형 학대 등이다. 가해자의 절반 정도는 아들이고,며느리와 딸이 각 10%쯤이라고 한다.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짜는 게 대책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해도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힘 빠진 부모를 모시는 건 결국 자식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람은 누구나 한때 자식이었다가 부모가 된다. 그 순환 속에서 맺어지는 부모 · 자식의 인연이 늘 순탄한 건 아니다. 그래도 숨 쉴 힘만 남아 있으면 자식 걱정을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김형영 시인은 관광 따라갔다 버려지는 신(新) 고려장의 서글픈 모습을 '따뜻한 봄날'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 좋아라고/아들 등에 업혔네.어머니는…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어머니,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아들아,내 아들아/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