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CEO에 묻다] "하이닉스, 올 부채비율 100% 아래로…D램경기 저점 통과중"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반도체값 하락하는데…프리미엄 비중 75%로 높여 극복
IFRS 도입하면…감가상각비 3000억 증가 예상
하이닉스 적정 주가는…장기적으로 시총 40조 가능

"이것이 300㎜(12인치) 웨이퍼입니다. PC에 쓰이는 40나노급 1기가비트(Gb)짜리 메모리(D램) 2000개를 만들 수 있죠.1Gb당 시장가격이 1달러 정도 하니까 200만원짜리 웨이퍼인 셈입니다. PC용이 아니라 모바일이나 그래픽 서버용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면 가격이 2~3배로 뜁니다. 개당 3달러로 계산하면 600만원짜리가 되죠."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53 · 사진)은 '고부가가치'를 강조했다. 10일 서울 대치동 본사를 찾은 기자에게 대뜸 반도체 재료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메모리 단가를 설명했다. 프리미엄 제품 매출비중을 지난해 55%에서 올해 7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이닉스 주주는 지난해 말 현재 38만명이다. 발행 주식이 5억9000만주에 달한다. 지난해 말 16%였던 외국인 지분도 10일 현재 22%로 높아졌다. 지난 3일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주당 150원)을 결정하면서 기관투자가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삼성증권이 공동기획한 쌍방향 인터뷰 '투자자가 CEO에 묻다' 첫회로 하이닉스가 선정된 이유다.

질문은 삼성증권의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 서비스 'POP EYE' 회원으로부터 받았다.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최고경영자(CEO)인 권 사장에게 여과없이 전달했다. 다음은 권 사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반도체 수급과 가격 전망은."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세계경제 회복세를 감안하면 저점을 지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하이닉스는 불황기에도 적자를 보지 않을 정도로 힘을 키웠다. 반도체 업체가 양극화되고 있는 데 하이닉스는 프리미엄제품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과 제품력을 갖춘 몇 안되는 상위회사로 자리잡고 있다. "

▼미세공정 전환계획은.

"30나노급 제품을 하반기에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해외 업체들은 아직 60나노급이 주력이고 일부가 40~50나노급에 있는 등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하이닉스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낼 때 해외 업체들의 영업손실률은 40~50%에 달했다. 메모리업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빚 청산은 언제하나.

"작년에 1조1000억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그 덕에 2000년 15조원을 넘었던 차입금이 관리가능한 수준인 5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도 6000억원가량을 갚아 부채비율을 100% 이하(작년 말 11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과거처럼 감자를 하거나 툭하면 유상증자할 가능성은."앞으로 감자 같은 불행한 일은 물론 주주권익을 침해하거나 가치를 희석시키는 증자도 없을 것이다. "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따른 영향은.

"중국 합작공장의 감가상각 기간을 본사와 통일시킴에 따라 장부상 연 3000억원의 상각비가 증가될 것이다. 다른 변동사항은 크게 없다. "

▼배당은 매년 할 것인가.

"지속적으로 배당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 "

▼신규사업 투자계획은.

"정보기술(IT)업종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콩글로머릿(복합기업)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디스카운트로 작용한다. 대만 업체는 생산만 하고 미국은 팹리스(설계 · 판매 전문)만 하는 등 전문화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도 수직계열화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

▼하이닉스의 강점과 약점은.

"메모리산업은 유망한 신성장산업이다. 디지털화되면서 메모리가 더 필요해지고 관련 비즈니스도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수급과 가격 등 업황과 기술변동,특허나 통상분쟁에 대응해야 하는 등 투자위험 등이 크다는 게 약점이다. "

▼매각작업은 어찌됐나.

"현재 파악하기로는 원매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 소유구조와 관계없이 지속성장 여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

▼CEO가 생각하는 적정주가는."메모리산업의 매력도와 회사의 경쟁력,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이 현재 수준(16조원)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40조원,50조원도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글=최명수/사진=강은구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