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외국인 매도로 1% 이상 급락

[0730]증시가 외풍을 맞아 휘청이고 있다. 유럽발 악재와 중동지역 시위 확대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물 공세가 거세졌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21.50포인트(1.08%) 떨어진 1960.08까지 추락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개장과 동시에 30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코스피지수는 1949.32까지 폭락한 뒤 낙폭 축소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외국인이 전날 1조2000억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부은데 이어 장 초반부터 강하게 매도하고 있다. 현물(주식)을 2000억원 순매도했고, 선물도 ‘팔자’ 우위다.

무디스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유럽 신용불안 우려가 재개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적자로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긴축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식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안승원 UBS증권 서울지점 전무는 “외국인들 사이에선 중동 사태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은 저가매수를 미루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경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166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1871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86만7000원으로 0.12% 오르며 닷새 만에 반등한 반면 LG전자는 2% 가량 떨어졌다. 삼성전기(-1.67%) 삼성테크윈(-2.08%) LG디스플레이(-0.88%) 등 다른 정보기술(IT)주들도 약세다.

현대차(-2.92%) 포스코(-0.99%) 현대중공업(-2.25%)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사우디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에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골프존의 코스닥 상장이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자회사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디피씨는 4% 이상 뛰었다. 코스닥지수는 518.13으로 4.04포인트(0.77%) 하락했다. 외국인은 2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개인은 각각 2억원, 9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HSBC가 투자의견을 상향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태웅은 1.28% 올랐다. 터치스크린 모듈업체인 멜파스도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3% 이상 급등했다. 이들 종목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들은 모두 약세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규모에 비하면 증시 체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 며 “해외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1950선에 대한 지지력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간 변동성이 커도 증시가 1950~2000선 사이의 박스권에서 바닥을 다지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