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옛 스승 지도에…노승열 천재성 '꿈틀'

WGC 캐딜락챔피언십 1R

지난달 名코치 하먼과 계약…한국선수 중 성적 가장 좋아
강풍에 TV 중계탑 날아가
골퍼들은 스스로 스윙을 점검할 수 없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코치를 두고 수시로 스윙을 체크한다. 부치 하먼(68 · 미국)은 데이비드 레드베터,행크 해니,데이브 펠츠 등과 더불어 세계적 교습가로 손꼽힌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매긴 교습가 랭킹에서 5년 연속 1위에 오른 명코치다. 타이거 우즈,어니 엘스,그레그 노먼,강성훈 등을 가르쳤고 필 미켈슨은 지금도 하먼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런 하먼이 노승열(20 · 타이틀리스트)을 주목했다. 노승열은 지난 1월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 때 미켈슨과 라운드하면서 미켈슨을 따라다니던 하먼을 알게 됐다. 스윙이 잘 안 될 때면 아버지한테 주로 조언을 받아오던 노승열은 세계적 교습가한테 지도를 받기로 했고 하먼도 흔쾌히 승낙했다. 노승열은 지난달 하먼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인 교습을 받고 있다. 하먼의 교습료는 시간당 600달러(약 67만5000원)로 교습가 중 최고 수준이다. 세계랭킹 65위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에 출전한 노승열은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하먼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해결책을 찾게 됐다"면서 "스윙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지만 완전히 적응되면 전보다 향상된 스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먼이 다운스윙과 폴로스루를 보완하라고 했다"며 "체중 이동 때 히프가 빨리 열려 클럽이 뒤에서 맞는 경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하먼은 평소에도 "드라이버샷은 체중이 앞발에 실린 균형 있는 피니시 자세를 취하라"고 강조해왔다.

세계적 교습가의 집중적인 지도 덕분인지 노승열은 11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블루몬스터TPC(파72)에서 시작된 대회 1라운드에서 6명의 한국(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노승열은 버디 5개에 보기 3개,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이날 TV 중계탑이 무너지고 야자수가 뽑힐 정도로 강풍이 몰아친 탓에 대부분 선수들이 1라운드를 끝내지 못하고 현지시간으로 이튿날 아침 경기를 속개했다. 헌터 메이헌(미국)은 14번째 홀까지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노승열은 11일 밤 12시 현재 66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40위권이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하던 중 왼손 인지를 다쳐 출전 포기까지 고려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최경주(41 · SK텔레콤)와 지난주 혼다클래식에서 2위를 한 양용은(39), 김경태(25 · 신한금융그룹)는 각각 13번째,15번째,12번째 홀을 마친 현재 1오버파로 50위권이다. 앤서니 김(26 · 나이키골프)은 16번째 홀까지 6타를 잃고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라이벌' 우즈와 미켈슨의 대결에서는 우즈가 한걸음 앞서나갔다. 일몰로 경기가 중단된 15번홀까지는 미켈슨이 1타 앞섰으나 경기 재개 후 미켈슨은 세 홀에서 3타를 잃는 부진을 보였다. 우즈는 2언더파 70타의 20위권이고,미켈슨은 1오버파 73타의 50위권이다. 세계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독일)와 3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14번째 홀까지 각각 5언더파와 6언더파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