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1000억대 자산가 "회원제 별장에 손이 가네"

롯데제주리조트는 이번주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상위 1% 부자를 상대로 최고급 콘도(별장) '아트빌라스(73채)'의 분양에 들어간다. 이 별장은 롯데그룹이 아시아 최대 종합리조트를 표방하며 330만5785㎡(100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롯데제주리조트 안에 자리잡고 있다. 도미니크 페로,구마 겐고,승효상 등 세계적 건축가 5명이 디자인한데다 대기업이 진행하는 안전한 사업인 까닭에 사전 마케팅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았다.

특이한 것은 거액 자산가들이 고객이 원하면 7년 뒤 되돌려주는 '회원제' 분양 방식에 큰 만족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불필요한 곳에 돈이 묶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고급주택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상위 1% 부자들의 주택,별장 선택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사는 집은 동네 대지모양 조망 등을 꼼꼼히 따져 50억원 이내 가격에서 선별적으로 매수하고,별장은 관리 기호변화 등을 고려해 종합리조트형 회원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고급 별장도 환매 보장 인기

1000억원 이상 부자들은 과거 단독 별장을 선호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용평 제주 등의 종합리조트 안에 공급되는 별장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관리 치안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그 결과 용평리조트나 제주 핀크스CC 등에서 공급된 별장들이 인기를 누렸다. 최근 들어선 매입형보다 회원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회원제는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마음이 바뀌면 개발주체에 회원권을 되팔 수 있는 구조다. 싫증이 나거나 더 좋은 곳이 생기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분양 사례가 롯데제주리조트의 아트빌라스다.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아트빌라스 분양가를 평균 15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돈이 묶이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회원제를 도입한 덕에 수십명의 사전청약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롯데제주리조트는 최고급별장,명품매장,7성급호텔,고급스파,골프장,민속촌,놀이공원,농원,대중콘도,일반호텔,테마박물관 등 웬만한 숙박 · 상업 · 놀이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은 또 연립형보다 단독형을 매입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을 진행 중인 용평 알펜시아,제주 아덴힐 등이 단독형을 채택하고 있다. 남다른 것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제주리조트 아트빌라스의 경우 5개 타입 중 동그라미를 주제로 한 주택형(디자이너 도미니크 페로)이 가장 인기가 좋다. 한국 기존 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지중해식 외관과 평면이어서다.

이런 별장을 매입하는 이들은 중소기업 오너,대기업 1차 협력업체,의사 · 변호사 등이다. 대기업 회장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자체 리조트를 갖고 있다. 자체 리조트 안엔 오너 가족이 묵을 수 있는 영빈관이 별도로 있는 경우가 많다.


◆주택 선택기준도 까다로워져중견건설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 청담동 한남동 논현동 삼성동 성북동 평창동,경기도 판교신도시 등에서 앞다퉈 수십억원대 고급빌라를 공급했다. 그러나 이들의 분양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분양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틈새시장인 고급빌라 시장에 뛰어들었던 중견 건설사들이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최근 들어 고급빌라 분양이 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0억원 이상 거액 자산가들은 예상외로 가격에 민감하다. 고급빌라 개발업체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이 생각하는 집값의 마지노선은 50억원이다. 50억원을 넘어가면 부담을 느낀다는 얘기다. 실제 한남동 청담동 등에서 분양 중인 고급빌라 가격은 5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한남동 'CJ J-하우스' 전용 244㎡(74평형) 분양가는 45억원,성북동 'LIG 게이트힐스' 전용 290㎡(88평형) 분양가는 48억원이다. 또 50억원 정도를 받으려면 적어도 한강이나 공원 산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마감재를 고급스럽게 치장해도 땅 모양과 내부평면이 좋지 않으면 외면받는다. 땅 모양이 가로로 길어서 4-베이(전면에 남향으로 방 거실 등 4실을 들일 수 있는 구조)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급주택 전문 분양대행업체인 미드미디앤씨의 이월무 사장은 "잘 팔리지 않는 고급빌라를 가보면 예외없이 땅 모양이 좋지 않다"며 "거액 자산가들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품을 절대 매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중견 건설업체들이 부자들의 선택 기준은 생각하지 않고 공급자 입장에서 상품을 구성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요즘 청담동 등 서울시내 부촌에선 부자들이 선호하는 평면을 들일만한 땅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집 크기는 전용 244㎡(74평형)를 선호하고 있다. 또 가급적 고급빌라가 모여있거나 단지가 큰 것을 선택한다. 모여 사는 특징이 있어 기존 부촌을 벗어나는 것도 꺼린다. 방 5개와 욕실 3개가 기본이고 별도의 취미공간도 필요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