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자본 유치 절실한 이유
입력
수정
세계 2위 경제대국 對韓 투자 미미영원할 것 같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도 쇠퇴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대국굴기(大國?b起 · 큰 나라로 우뚝 선다)를 앞세워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팍스 시니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초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정상회담은 중국이 사실상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 G2로 등극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경제특구 지원 강화 방안 찾을 때
중국의 진정한 힘은 경제분야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라선 중국은 10여 년 뒤 미국마저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이다.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2조8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재채기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40%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비행기로 중국 주요 도시를 2~3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을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02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이자 최대 국외투자대상국 자리를 지켜왔으며 2010년 한 · 중 교역액은 2000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만 약 4만개가 넘고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284만명,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172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에게 있어 중국은 두말할 것 없는 최대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지만 중국은 한국을 비중 있는 투자대상국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적별 국내 상장주식 보유현황을 보면 미국 투자자의 비중이 38.1%,유럽이 31.15%인 반면 중국은 0.6%에 불과했다. 또 2009년 중국의 해외 투자액 433억달러 가운데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0.3%인 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 8년간 중국은 해외투자액을 연평균 54%씩 늘려올 정도로 적극적인 해외투자 전략을 펼쳐왔음에도 사실상 한국은 배제돼 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중국의 대한국 투자를 늘릴 수 있을까. 얼마 전 외국인에 대한 소액투자자(50만달러 이상) 영주권 부여제도를 도입한 제주도에 중국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제도를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같은 이미 진행 중인 경제특구에도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방안이다.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투자자를 위한 비즈니스 특구이기도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대한민국 내 그 어떤 지역보다도 중국 자본을 끌어오는 데 적합하다. 서울 경기 지역과의 연계성도 좋아 투자 기업이 입주하기에도 유리하다. 인천을 통해 중국자본 투자 유치의 물꼬를 트게 되면 다른 경제자유구역이나 전국의 주요 산업 단지까지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면 중국 투자자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필수전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부동산 투자 이민제 도입에 찬성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정부는 중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기집 앞뜰에 거대하고 기름진 농토(중국)를 갖게 된 농사꾼과 같다. 아무리 기름진 땅이라도 가꾸지 않으면 가시덤불만 무성해지는 법이다. 이 기름진 땅을 그저 텃밭으로 이용하느냐,정성껏 가꿔 부농이 되느냐는 농사꾼 하기 나름에 달렸다.
전인갑 < 인천대 교수ㆍ중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