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정치자금 받았지만 사임하지 않겠다"

"외국사람인 줄 전혀 몰랐다" 在日 한국인에 104만엔 수수
자민당·오자와 그룹 사퇴 압력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외국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간 총리는 11일 각료 간담회와 참의원 예결위원회에서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104만엔(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돈을 낸 사람이 외국인임을 몰랐고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가 받았다"며 "앞으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 총리직을 사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받은 돈은 조사를 통해 반환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외국인과 외국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돈을 받았다면 나중에 돌려주더라도 3년 이하 금고형이나 50만엔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간 총리의 자금을 관리하는 소시카이(草志會)의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인용,옛 요코하마상은신용조합(현 중앙상은신용조합) 전 비상임이사인 한 재일 한국인(52 · 남성)이 2006년과 2009년 각각 100만엔과 4만엔을 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간 총리는 헌금자의 이름이 일본명으로 기재돼 외국인임을 몰랐던 만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서 분출할 사퇴론과 중의원 해산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측근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은 자신의 판단으로 사임했다"며 "간 총리는 사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적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수수를 비난해온 간 총리로선 이번 문제가 치명적이다. 그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19%로 정체된 가운데 최근 고급식당에서의 잦은 회식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서민 정치가'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또 차기 총리로 꼽히던 마에하라 전 외상이 같은 사안으로 지난 6일 자진 사퇴하면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간 총리의 불법 정치헌금 문제가 본인은 물론,민주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좁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1야당인 자민당 등 야권에서는 이번 일을 거론하면서 다음달 의회 해산을 겨냥,민주당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간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속히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정치자금 의혹으로 수세에 섰던 오자와 측의 당내 공격도 거세졌다. 오자와 그룹의 한 중진 의원은 "중의원 임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은 만큼 해산과 총선보다 총리의 자진 사퇴를 원한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