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 하던 재계 "이건희 회장 발언 후련하다"

"동반성장위가 직접 나서서 이익공유제 폐기 수순 밟아야"
靑 "낙제발언 듣기 거북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례 회장단회의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정면 비판한 것과 관련,재계에서는 "후련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개별 기업이나 경제단체가 하기 힘든 말을 대신 해줬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었다.

"이번 기회에 동반성장위가 이익공유제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단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를 모르겠다"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익공유제 이슈에 대해 걱정은 하면서도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공유제는 발상 자체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는 정부가 최소한의 여건만 마련하고 기업에 맡겨야 하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현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인식이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 답답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친서민 행보를 시작한 이후 정부 부처 장관들은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을 겨냥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삼성전자가 5조원(2010년 2분기)이라는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를 보고 삼성전자가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 이면에서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읽었다"며 "대기업이 거둔 실적을 협력업체 쥐어짜기와 환율 효과의 산물로만 취급하는 분위기가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낙제는 아니지만 흡족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듣기 거북하다. 공식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송형석/홍영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