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3' 오작동에 PC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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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속출…연구소, 공식 사과한 게임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권용숙 씨(28)는 지난 10일 안철수연구소 V3 백신 프로그램 오류 때문에 PC 하드디스크를 포맷(초기화)해야만 했다. 권씨는 이날 V3에서 '바이러스 감염' 경고 메시지가 뜨자 신종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문제가 된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 그런데 치료를 마치고 나니 컴퓨터가 먹통이 돼 버렸다. 권씨는 "소프트웨어 오류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는 안철수연구소가 이날 오후 10시50분 업데이트한 V3 라이트와 V3 365 프로그램 오류 때문에 발생했다. 업데이트된 프로그램이 정상적인 실행 파일들을 'Trojan/Win32.OnlineGameHack'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진단한 데서 비롯됐다. 바이러스 감염 경고 메시지를 보고 실행 파일이 작동되지 않도록 격리하거나 삭제한 이용자들이 운영체제(OS)를 비롯한 핵심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OS에 이상이 생겨 PC 구동이 안되는 바람에 하드디스크를 포맷했던 피해자들도 상당하다.
다만 이전 바이러스 검사에서 '화이트리스트(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목록)'로 분류된 실행파일은 삭제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에는 백신 프로그램 오작동에 따른 피해 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한 시간 뒤인 이날 오후 11시50분 정상적인 업데이트 파일을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대처 방법을 올렸다. 11일에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삭제된 파일 복구 상담에 매달려 있다"며 "직접 직원을 파견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료로 배포하는 V3 라이트의 경우 이용 약관에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피해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별도의 피해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V3 오류로 정상 파일을 삭제한 사고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주민등록관리시스템 등 행정안전부 소프트웨어를 악성코드로 오진, 동사무소 민원업무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한 보안업계 전문가는 "안철수연구소는 매출액이 700억원으로 해외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대형 보안 사고 발생 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