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롯데에 '김포공항 면세점' 판정승

신라 '알짜' 화장품 판매권 따내
롯데는 주류·담배 사업자 선정
김포공항 면세점의 새 사업자로 면세점 업계의 라이벌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공동 선정됐다. 롯데가 담배와 주류를,신라가 화장품과 향수를 각각 나눠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인천공항의 사례를 보면 화장품 · 향수 매출이 담배 · 주류보다 2.5배가량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라호텔이 롯데호텔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롯데호텔이 5년 동안 맡았던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권이 이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11일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통해 A구역(화장품 향수 기타) 사업자로 신라호텔을,B구역(주류 담배 기타) 사업자로 롯데호텔을 각각 선정했다. 공항공사는 최근 확장공사를 통해 김포공항 면세점 면적이 400㎡(121평)에서 833㎡(252평)로 늘어남에 따라 사업권역을 A,B 두 곳으로 나눠 입찰에 부친 뒤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곳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롯데와 신라는 2016년 5월까지 김포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면세점보다 영업면적이 협소한 점을 감안해 1개 사업자가 A,B구역에 중복 입찰할 수 있도록 했지만,결국 롯데와 신라가 절반씩 맡는 '경쟁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지금까지 홀로 김포공항 면세점을 운영했던 롯데는 '알짜배기'로 통하는 화장품과 향수 판매권을 넘겨주게 된 데 대해 크게 실망한 반면 신라호텔은 "면세점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작년 말 '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유치전'에서 롯데를 누른 데 이어 롯데가 장악하고 있던 김포공항에도 입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포공항 면세점 매출은 약 760억원.면세점 면적이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취항 편수가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B구역 면적이 다소 크다는 점에서 향후 매출 구도가 A구역은 760억원,B구역은 47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포공항 면세점 매출은 국내 면세점 전체(4조800억원)의 2%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지만 향후 3년간 공항 면세점 입찰이 없다는 점에서 양사가 이번 수주전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며 "신라가 롯데에 또다시 판정승을 거둠에 따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이 주도하는 면세점 확대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2005년 이 사장이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합류한 뒤 면세점 강화전략을 펼쳐 2500억원 안팎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현재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29%로,롯데호텔(56% · 2조3000억원)에 이은 '넘버2'다.

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이 문을 여는 데다 김포공항 면세점도 새로 시작하는 만큼 롯데와 신라 간 점유율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본격화되고 있어 신라호텔 면세점 매출이 올해 1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