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만수 회장은 산은의 진로 원점서 검토하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오는 22일 정기주총을 거치면 산업은행장을 겸임한다. 강 회장은 정통 재무부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다. 행시 8회로 서울법대 동기인 윤증현 재정부 장관(10회),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보다 빠르다. 일각에서 '슈퍼 장관'으로까지 불렀던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금융계는 물론이고, 정 · 관계까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당장 산은금융그룹의 민영화가 속도를 낼 것인지가 관심이다. 국책은행이던 산업은행은 2009년 10월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제정과 산은법 개정을 통해 정책금융을 맡는 정책금융공사와 민간 금융그룹을 지향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산은금융그룹으로 분리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융공사 지분을 100% 갖고 정책금융공사는 다시 산은지주의 지분 90.3%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현행 산은법에선 정부가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의 지분 1주 이상을 매각해 민영화 일정을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산업은행이 과거의 정책금융 기능을 또다시 맡게 되면서 당초의 취지는 퇴색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는 민영화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김석동 위원장이 강 회장의 임명을 제청하면서 "산은금융지주의 최대 현안은 민영화와 구조개혁"이라며 자신의 임기 내에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강조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진로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과연 지금 같은 구조가 정상적인지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과 중첩돼 있는 정책금융 기능을 이번에 말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당초 정책금융공사와 지주회사를 분리시키고,대우증권을 지주회사에 슬쩍 끼워넣었던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도 재고해봐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에 투철한 강 회장의 경륜과 뚝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한 교통정리도 시급하다. 시장에서는 벌써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간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2008년 산은과 우리금융,기업은행을 합쳐 초대형 은행을 만들자는 '메가뱅크론'을 제기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자칫 논란만 커질 수도 있다. "국제경쟁이라는 관점에서는 메가뱅크가 절실하지만 국내시장의 관점에서는 지금도 연못 속 고래"라는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같은 이들의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산은은 5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5위(총자산 기준,159조원)의 금융그룹이다. 민영화 과정은 곧 금융빅뱅으로 연결될 것이다. 강 회장의 경륜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