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유전 참여] '석유 메이저리그' 진입…작년 수입량의 15%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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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등 이어 37년만에 처음13일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대형 유전 확보는 한국 석유 개발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 수입량(87억배럴)의 13~15%에 해당하는 물량을 단번에 확보했을 뿐 아니라 지금껏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독무대였던 중동 지역에서 한국이 경제성 있는 상업유전을 직접 개발 ·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다.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 유전 확보
내년부터 사업 참여 구체화
미개발 광구 3곳 독점권도
한국은 이번에 유전 분야에서 두 가지 권리를 확보했다. 첫째 최소 10억배럴 이상(채굴 가능 매장량 기준)의 대형 생산유전(자이언트급 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UAE에는 다수의 자이언트급 유전이 존재하며 대부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기존 석유 메이저들이 운영하는데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운영권이 만료된다. UAE는 이때 광구 운영권을 한국이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이번에 우리 정부와 체결했다. 두번 째는 3개 미개발 유전 광구에 대한 독점권이다. 3곳 중 2곳은 육상 광구며 나머지 1곳은 해상 광구다. 3개 미개발 유전 광구 매장량은 경제성을 따지지 않은 발견원시부존량 기준으로 5억7000만배럴,경제성을 따진 채굴 가능 매장량 기준으론 1억5000만~3억4000만배럴 규모다.
두 가지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합치면 한국이 확보한 물량은 11억5000만~13억4000만배럴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량(7억9500만배럴)을 능가하는 것이며 금액으론 1150억~1340억달러(두바이유=배럴당 100달러 기준)에 달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보유한 최대 상업유전은 1992~1998년 개발된 베트남 15-1광구로서 약 1억배럴 규모다. 한국가스공사가 2009년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에서 2억배럴,바스라 유전에서 1억4500만배럴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상업생산이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 ◆석유 생산 1번지 진입
UAE는 '전 세계 석유생산 1번지','석유업계 프리미어 리그' 등으로 불린다. 원유 매장량이 약 1000억배럴로 세계 6위인데다 평균 생산단가가 배럴당 1달러50센트로 다른 중동국가(6달러)의 4분의 1,전 세계 평균(18달러)의 12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성이 높은데다 치안도 비교적 안전해 전 세계 석유 메이저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하지만 UAE 유전은 1930~194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1974년 일본이 진출한 이후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한국이 37년 만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77위인 한국석유공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UAE 원전 수주 이후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안보도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이번 유전확보로 현재 10.8%인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이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자주개발률은 우리 기업이 국내외에서 확보한 원유와 가스의 연간 생산량을 국내 연간 소비량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에너지 자립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20%가 넘어야 에너지 자립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 잘될까
향후 최대 관심은 개발 성공 여부다. 정부는 10억배럴 이상 자이언트급 유전의 경우 이미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개 미개발 유전광구의 경우는 성공 여부가 미지수다. 정부는 석유공사가 채굴 가능 매장량 등에 대한 1차 기술평가를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 또 최대 10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유전을 운영 ·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유전 탐사 성공률이 13% 수준으로 엑슨모빌 등 석유 메이저(3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공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UAE 유전과 관련한 우리 측 대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도 정부가 우리 측 대가를 언급하지 않다가 뒤늦게 국군 파병,수출 금융 지원 등 대가성 지원 의혹이 불거졌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