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 재난 당한 일본, 우리가 성심으로 도울 때

일본이 또 대재난을 당하고 있다. 고베 지진 이후 불과 16년 만에 다시 대참사가 터진 것이다. 도호쿠 지방은 말그대로 쑥대밭이요 거대한 쓰나미는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불타는 산업시설과 무너진 물류 체계는 또 다른 쓰나미를 세계 경제에 몰고올 기세다. 오랜 경기 침체로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아 있는 일본에 밀어닥친 저주다. 진정 화불단행(禍不單行)인 모양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본 대지진이 복잡하고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경제에 주게 될 충격에 대한 이해관계의 계산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재난에 직면한 이웃에 대한 주저 없는 지원과 보편적 인간애에 기반한 따뜻한 마음이 절실하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이 모두 비탄과 당혹감에 휩싸인 일본과 일본인을 도울 때다. 당장 현장 구조는 물론이고 상처받은 일본인의 마음을 보듬고 안아주며 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따뜻한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물론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우리의 심정과 태도는 오랜 역사 속에서 애증이 교차하는 매우 복잡한 것이다. 오히려 역겨움과 미움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고 국가 역시 다를 것이 없다. 작은 계산을 넘어서는 보편적 인류애에 기반해야 장기적으로 진정한 이익이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바로 이것이 호혜주의라고 부르는 진화적 이타심의 본질 아니겠는가. 단기적 이해타산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회의 침몰이 장기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에게도 결코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이유가 없다. 일본이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세월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고베 대지진이 결정타를 날렸다는 점이나 일본경제의 침체가 아시아에 가져온 중장기적 충격은 지금도 기억해야 마땅하다. 고베 충격은 유서 깊은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3년 동안 아시아 전체를 외환위기로 몰아넣는 쓰나미적 충격을 주었다. 당시 지진 피해액으로 추산되는 1000억달러의 향방만 해도 그랬다. 재해보험금을 포함한 거대한 엔화 자금의 일본 복귀는 그 자체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엔 자금이 열도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2년 후에는 한국까지 극심한 외화부족에 시달렸다.

사람 사는 것이 모두 그렇듯이 나라살림도 국제 경제도 이렇게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본이 받는 오늘의 충격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한국에도 타격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수출의 6%, 수입의 15.1%를 차지하는 교역 측면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의 침하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 질서에도 좋을 것이 없다. 일본은 원전 화재만으로도 한국인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이다. 작은 이타심은 더 큰 이타심으로 발전해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요 인간행동의 보편적 반응 양식이다. 지금 비탄과 실의에 빠진 일본과 일본인을 성심을 다해 돕자.정부도 그렇지만 민간이 감당해야 할 몫은 더 크다. 기업들도 각사의 협력 관계를 따라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