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44) 재외국민선거, 교포 분열 막으려면

요즘 미국 한인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에 LA에 한인회가 동시에 2개가 생겨 교포들을 분열시켰다. 교포사회가 참정권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교포사회 내부에서 참정권 자체를 반대하는 교포들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찬밥 취급하던 미국의 교포 영주권자들에게까지 참정권을 주겠다고 하니 세상 많이 달라졌다. 각 정당의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미국 교민사회에 나타나 교포들에게 바람을 넣고 있다. 이들은 지역감정을 내놓고 거론하면서 한국 정치판에서 써먹는 수법을 동원해 교포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안 될 말이다. 선거 때마다 날라리 정치인들이 찾아와 교포사회를 휘저으며 표를 걷어간 뒤에 약속은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다시 교포들을 무시하는 일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참정권 부여를 계기로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일본처럼 한국 정부도 해외의 교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변호사,회계사,로비스트 등 모조리 백인회사만을 활용하는 한국 정부의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교포가 운영하는 회사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교포회사가 실력이 더 좋은데도 같은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도 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이나 식당 등 한인 비즈니스를 도와야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교포 대학교수들도 초청해 활용해야 한다. 꼭 백인교수만 초청하지 말자는 얘기다. 미국 내 한인 교포들은 자질이 뛰어나다. 미국사회의 냉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교포들에게도 한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백인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제 표를 얻으려면 서로 도와야지 공허한 공치사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우편투표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투표율이 너무 낮으면 근본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우편으로 투표하는 미국의 부재자 투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엔 부정투표라는 게 없는데 유독 한국서 이곳 교포들을 걱정하는 건 말이 안된다. 우리 교포들을 믿고 우편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미국은 워낙 넓어서 각 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장에 나오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투표할 교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러니 투표는 반드시 우편으로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재미교포들의 투표율은 30%를 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셋째,비례대표가 몇 명이고 어떻게 선출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 모두 교포들에게 비례대표를 할당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교포를 대표하는 비례대표는 교포들이 추천하는 것인지,아니면 여야 당에서 임의로 선택하는 것인지,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한 게 많다.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그 자체에 많은 교포들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에 더해져야 하는 게 한 가지 있다. 표만을 겨냥한 공약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자세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