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시위대에 독가스 살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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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소년 등 300여명 사상…사우디는 큰 충돌 없이 넘어가예멘의 민주화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고 당초 수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유가 폭등이 우려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AFP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예멘에서 보안군과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로 3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사나에서는 경찰 저격수들이 건물 옥상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2명이 사망했고 남동부 무칼라 지역에서는 12세 소년이 경찰 발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예멘의 민주화 시위 관련 사망자는 30명에 달한다. 이날 금요기도회 후 벌어진 시위에는 사나에서만 약 1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진압에 나선 경찰 5000여명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진압봉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특히 시위대는 예멘 당국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이 아니라 독가스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의 한 의료진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발사한 것은 신경계와 호흡계를 마비시켜 의식을 잃게 만드는 독가스"라고 말했다.
반면 큰 혼란이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분노의 날'시위는 조용히 넘어갔다. 이날 시위는 소수 시아파가 몰려 사는 동부 2개 도시에서 수백명 규모로 시도됐다가 10명이 연행되는 등 유혈사태 없이 마무리됐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제안됐던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의 시위는 단 한 사람의 참여자도 없어 불발됐다. 이날 사우디가 조용했던 이유는 경찰의 철저한 사전 통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에 거론된 시위 장소에는 경찰차 수십대와 헬리콥터 2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수백명의 경찰들이 리야드 거리 곳곳을 수색하고 지나는 차량까지 일일이 검사했다"고 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