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경기회복 큰 흐름에 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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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파장은
피해 복구에 해외자금 환수…엔화 단기적으론 강세 예상
일본 재정악화 불가피…복구 수요로 경제 호전될 수도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다. 201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단일 국가로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위축되면 세계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 지진으로 휘청거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글로벌 자금흐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회복 후퇴하나
최근 인플레(물가 상승)와 국제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은 경기회복 흐름이 뚜렷했다. 미국은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지 모른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였다. 일본도 1990년대 이후 20년간의 장기불황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다시 후퇴할 경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번 지진이 글로벌 경기회복을 꺾을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해가 몰린 일본 동북부 지역이 일본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정도로 낮고,핵심 산업지역(도쿄 남서부)은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링컨 뉴욕대 교수는 "1995년 고베 지진과 비교할 때 지진 강도가 높았지만 인구 밀도와 산업 집중도는 낮아 피해규모는 작을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1~2년간 일본 경제는 피해복구를 위한 재건설 수요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국은 오히려 일본의 건설 특수 등으로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지난 금요일 지진 발생 후 미국 건설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뛴 것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 회복세가 취약한 상태에서 상당한 충격을 입은 만큼 앞으로 소비 ·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점,피해복구 과정에서 재정이 투입될 경우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 점 등은 악재요인으로 지적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되나이번 대지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화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과거 고베 지진 때도 그랬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베 지진 당시 일본 기업들이 지진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투자 자금을 환수하고,보험사들이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엔화를 매입하면서 엔화는 2개월간 달러화 대비 20% 평가 절상된 적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이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부각 등으로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 지진 복구를 위한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점치는 요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