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삼성전자·현대차 부품 비상…3개월내 복구 안되면 수출 차질

국내업체 연쇄적 피해
석유화학 업계도 불똥…亞지역 정기보수까지 겹쳐
원료값 급등땐 수익 악화…대체 공급처 물색 안간힘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산업현장이 멈춰서면서 대(對)일 원료 · 부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연쇄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자동차 업종의 국내 대기업들이 30%에 육박하는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는 데다 철강,석유화학 업계도 주요 원자재와 원료를 공급받고 있어서다.

일본 원전 내 폭발사고로 국가 전체의 전력 공급 체계에 비상이 걸리고,일본 기업들의 공장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전자 · 자동차 수출 직격탄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피해 상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에 들어가는 부품 재고를 주간 단위 계획으로 가져가고 있어 일본 회사들의 복구 작업이 늦어지면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부품 재고 상황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3개월 이상 복구작업이 장기화하면 수출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품 구매부서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처를 다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일본에서 센서류와 기어박스용 부품 등 8가지 핵심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일본산 부품 재고는 2개월치 정도로 알려졌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유 있게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부품 수급 불균형이 2~3개월 이어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TPA 업체 수익 악화 우려일본에서 주요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들여오는 국내 유화업계도 비상이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석유화학 원료는 화섬 소재로 쓰이는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원료인 파라자일렌(PX)과 합성고무 원료로 사용하는 스티렌모노머(SM)다. 지난해 두 품목의 수입액은 각각 5억7750만달러(54만4652t)와 6억250만달러(51만473t)에 달했다.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국내 TPA 업체들은 일본 석유화학회사에서 PX를 받아 만든 TPA(연간 640만t)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수출한다. 면화 작황 부진으로 대체품인 화섬 수요가 급증하면서 PX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t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일본발(發) PX 공급 차질로 국제 가격이 치솟으면 국내 TPA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철강업체 단기 수급 불안 우려일본 철강사에서 연간 1100만t의 열연강판과 후판 등 철강재를 수입하는 국내 냉연업체와 조선사들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철강재는 국내 연간 철강재 소비량인 약 5000만t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일본 수입 물량 대신 국내 철강사나 국제 시장에서 일부 추가 물량을 들여올 수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측면에서 보면 철강재 가격 인상을 앞둔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선 아시아 수출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일본 철강 업체들이 피해 복구와 항만 피해로 인해 수출을 당분간 중단,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본은 전체 철강 생산량의 30%를 수출하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일본 철강업체들의 생산 차질 및 복구가 길어지면 아시아 시장에서 철강 가격이 다소 오를 수 있다"며 "국내 철강사들이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장창민/김현예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