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그린카 리포트] (3) 로드스터, 3.9초면 시속100㎞…전기 스포츠카 고정관념을 깨다

전기자동차 분야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테슬라모터스는 2006년 7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 회사는 당시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스포츠카를 내놨다. 테슬라의 첫번째 결과물인 '로드스터'(사진)의 등장은 전기 스포츠카 역사의 서막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로드스터를 꼽았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한 번의 배터리 충전만으로 320㎞ 이상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첫 번째 양산차로 기록됐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0㎞가 넘었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은 3.9초에 불과했다. 2009년 10월 호주에서 열린 '글로벌 그린 챌린지' 대회에선 배터리 1회 충전으로 500㎞를 달리는 주행 신기록을 세웠다. 로드스터는 지금까지 양산된 전기차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10만달러(약 12억원)가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영국과 호주,일본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 약 1500대가 팔렸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이 차를 구매했다.

로드스터의 성공은 전기차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이전까지 친환경차는 연료 효율성만 강조한 나머지 성능이 형편 없는데다 디자인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듣곤 했다. 하지만 로드스터는 전기 스포츠카 시장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의 뚝심은 대기업조차도 관심 밖이었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힘이었다.

로드스터를 만든 작은 기업의 승리는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사업에 자극제가 됐다. 로드스터의 주문이 폭주하던 2년 전 로버트 루츠 GM 부사장은 "로드스터는 GM이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생산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 영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