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감기 걸린 아이에 항생제 먹이면 면역력 약화"

新동의보감

함소아한의원, 환절기 소아감기 대증요법·건강식으로 대응해야

#서울 중랑구에 사는 신영미 씨(34 · 여)는 세 살배기 딸 아이의 잦은 감기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지는 몰랐다. 유치원에 입학한 지 이틀 만에 걸린 감기는 중이염으로 확산됐고,한 달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워킹맘 조민하 씨(30)는 육아휴직이 끝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직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려 밤새 열이 나는 아이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했다. 남편과 번갈아 회사를 쉬며 아이를 돌봤지만 회사에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감기약을 지어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냈다. 새 학기를 맞아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낸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단체생활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들이 감기에 쉽게 걸리는 '단체생활증후군' 때문이다. 장선영 서울 함소아한의원 왕십리점 원장은 "부모가 아이를 빨리 치료하려고 하는 성급한 마음에 항생제나 해열제를 자주 사용하면 단체생활증후군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일반 감기의 80%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세균을 잡는 항생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항생제는 감기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주지도 못한다"며 "감기에 쓰는 항생제는 특정 병원균에 감수성이 있는 '선택적 항생제'가 아닌 웬만한 세균을 다 죽이는 '광범위한 항생제'라서 위장 대장 속의 유익한 세균들까지 다 죽여 오히려 위장장애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생제 처방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외래진료에서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치료를 위해 처방된 항생제량을 조사한 결과 0~9세 어린이는 하루 평균 1.26개를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0.63개의 2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감기에 대한 약물처방을 최대한 제한하는 추세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와 식품의약국(FDA)은 1998년 이후 항생제 사용 질환 목록에서 급성 기관지염을 제외시켰다. 2004년부터는 "의사는 세균에 의한 감염이 확실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모든 항생제에 명시했다. 2008년 1월 FDA는 만 2세 미만의 소아에게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복용시키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사용이 당연시되는 급성 중이염에도 처음부터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고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면서 24시간 관찰 기간을 두라고 권하고 있다. 장 원장은 "감기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건강한 면역력을 키워 치료해야 한다"며 "감기가 오면 발열 증상은 4~5일 내에 사라지고,코 증상은 1주일 정도 더 지속되는데 이런 증상들을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작용이라고 생각하고 대증요법과 건강식으로 대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발열 시에는 미지근한 물로 찜질해 해열을 돕고,기침과 가래에는 수분을 자주 보충해 탈수를 예방하고 가래 배출을 돕는다. 밀가루음식,고기,과일 등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은 피하고 식사량도 조금 줄인다. 한방감기약으로는 호흡기점막의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식욕을 북돋우는 보중익기탕(황기 인삼 백출 등)과 두통 완화,해열,진해 효과가 우수한 마황탕(마황 계지 감초 등)을 추천했다. 천연 생약 성분으로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고 효과도 부드럽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감기 유형별 치료에 도움되는 음식○열감기:생강차와 생강죽=생강은 발한작용으로 열감기 초기,특히 소화기가 약한 아이에게 효과적.

○코감기:양파즙과 대추차=양파는 콧물 증세를 완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대추는 호흡기를 강화시켜 감기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 줌.감기로 인해 떨어진 식욕을 북돋워줌.

○목감기:현삼차=현삼은 성질이 서늘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의 열을 식혀 목감기에 특효.신장의 기운을 보강해 호흡기를 튼튼히 하므로 감기에 자주 걸리며 편도선이나 인후염이 자주 오는 경우에 적합.○기침감기:오미자차=오미자는 호흡기에 두루 좋은 약재로 인체 내의 진액을 생성해서 호흡기를 촉촉하게 하고 폐 기능을 개선함.

○가래 끓는 감기:배꿀도라지즙=도라지는 호흡기에 작용해 폐와 인후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침을 가라앉히며 가래를 없앰.꿀은 전해질과 기운을 보충함.배는 폐의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가래가 끓을 때 먹으면 좋음.

○기타:파뿌리차(총백)는 발한 진해 통증완화 항균효과가 있음.무즙은 소화기와 호흡기의 기 순환을 돕고 가래를 없앰.유자차는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나 많아 감기예방과 피로회복에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