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진 예측

현재의 과학지식으로는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 지구를 감싼 지각의 성질과 움직임이 서로 다른 탓이다. 리히터 규모 3.0 안팎의 미진 다발지역을 감시하다 활동성이 높아지면 대지진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방식도 발생 시점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지진이 일어난 후 빨리 대피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쓰나미의 경우 예상은 한다. 태평양 연안 등에 구축된 조기경보체계를 통해서다. 방식은 이렇다. 지진으로 인한 바닷물의 수압 변화를 감지한 해저 센서가 음파를 쏜다. 바다 위의 통신부표가 음파를 포착해 인공위성에 알리고,인공위성은 쓰나미가 도달할 지역의 경보센터로 신호를 보내는 식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진앙이 가깝고 강도가 높으면 속수무책이다. 경보를 발령해도 사람들이 피하기 전에 파도가 덮치는 까닭이다. 아직은 경보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차라리 동물의 예지 능력을 이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1975년 2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당국은 닭,개들이 안절부절못하고 겨울잠 자던 뱀들이 기어나온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해당지역 주민을 대피시켰다. 2~3일 뒤 7.3의 강진이 닥쳤으나 별 피해가 없었다. 반면 이듬해 7월 허베이(河北)성에서는 새와 잠자리 수만마리가 종횡무진 날아다녔는데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며칠 뒤 7.6의 지진이 공업도시 탕산(唐山)을 초토화하며 최소 27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대지진 5일 전에도 고래 5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지진 발생 전 거두고래 100여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동물들의 예지력은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지진 때 발생하는 전자 펄스 때문에 쥐가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100만분의 1㎜ 파동을 느낀다는 물방개붙이,1000분의 1 정도의 온도변화를 알아채는 방울뱀 등도 연구대상이다. 실제로 중국 광시자치구는 인터넷 카메라로 뱀 농장을 지켜보는 중이란다. 120㎞ 떨어진 곳의 지진을 3~5일 전에 감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환태평양 지진대에서만 7.0 이상의 강진이 연 평균 19회나 발생한다. 대비를 해도 피해는 여전하다. 일본 지진 피해도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