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ㆍ스파 '고유가 직격탄'…경매 속출

작년말부터 月 120~140건
중소형 워터파크도 매물로
상당수는 공사대금 못내
저가라고 응찰땐 낭패 볼 수도
온천욕과 물놀이가 동시에 가능한 충북 청원군 부용면 '효명 온천 스파이스'. 2007년 6월 '충북권 최대 워터파크'를 내걸고 개장했지만 지금은 경매시장 매물 처지가 됐다. 개장 후 금융위기로 수요가 줄어든데다 고유가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결과다. 법원 감정가는 329억원이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면서 55억원으로 떨어졌다.

찜질방 불가마 온천시설 등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경매 전문가들은 "경험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고 다른 시설로 전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섣불리 응찰했다간 봉변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목욕시설 경매 급증

14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목욕시설 경매 물건 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봄 110여건이 경매로 나왔으나 8월 148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9월 138건,10월 141건,11월 147건,12월 133건,올 1월 124건 등으로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이에 반해 실제 낙찰되는 물건 수는 전체의 16~25% 수준에 불과하다. 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인 낙찰가율은 30%대 수준이다. 평균 응찰자 수는 1~2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팀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찜질방 불가마 등과 중소형 규모의 워터파크 등도 경매에 수시로 나온다"며 "고유가 여파로 작년 하반기부터 물건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부담 많아 입찰 신중해야

1990년대엔 동네 목욕탕이 대거 경매시장에 나왔다. 아파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집집마다 샤워 시설이 갖춰지자 목욕탕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탓이다. 2000년대 초반 사우나 불가마 찜질방 등이 동네 목욕탕의 빈자리를 이었다. 잘된다는 소문이 나자 우후죽순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사우나 등도 경매시장에 단골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대형화 · 고급화한 목욕시설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2008년 미국 · 이란 간 갈등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뛴 데 이어 최근 리비아사태 등으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자 남아 있던 목욕시설들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기름을 때서 물을 덥히는 상황에서 기름값이 크게 올라 경영 여건도 악화된 탓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감정가에 비해 최저 응찰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로 나온 대부분 목욕시설이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유치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유치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매 전문가나 상권 분석에 밝은 전문가가 아니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금융기관 대출 비율도 다른 상업시설에 비해 낮고 인수 후 개보수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며 "입찰에 참여하려면 자금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