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산업협력 대담한 전략 찾길

지진참사 日기업 해외 진출 차질
제휴 확대해 경제보완성 높일 때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뒤따른 쓰나미의 급습으로 일본 산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예상 피해 복구비만도 130조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한 우리 산업계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의 현 사태를 객관적으로 조명해 일본 경제의 빠른 회복에 한국 경제가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한 · 일 관계를 보다 협력적 보완 단계로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는 동북지방에서 관동지역에 걸쳐 철도 도로 등 제반 사회간접시스템이 크게 파괴됐다. 이 같은 물류망 마비로 원재료는 물론 완성품 운반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JFE스틸 가마이시제철소 등 기간산업의 일부가 파괴되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3사도 부품조달난으로 주요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했다. 또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인 도시바의 요카이치 공장도 생산을 중단하는 등 넓은 범위에 걸쳐 부품 소재산업의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양상은 세계의 핵심부품 및 소재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일본 경제의 성격에 비춰 세계 경제,특히 일본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가령 수출제품의 부품소재 수입물량 중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4분의 1에 달하는데 이들 부품이 제때 조달되지 않으면 우리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원화와 엔화의 교환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본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자동차 철강 등을 중심으로 제3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 수출이 보다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취하는 수출전략 가운데 하나는 신흥경제국으로의 수출 확대를 위해 신흥경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의 핵심부품 및 소재와 신흥경제국 기업의 저가부품 및 디자인을 결합해 저가품을 생산하고,해당 시장에 파고드는 전략을 확대해 왔다. 이번 강진으로 이런 전략의 추진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강진으로 인해 초래된 제반 경제적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재정 지출 및 금융 완화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대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특히 일본이 지진으로 파괴된 철강 정유 및 시설 복구에 당장 필요한 시멘트 등을 중심으로 한국 상품 및 기업의 대일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강진 사태가 가져올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관계가 이처럼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 경제로서는 보다 대담하게 일본 경제와의 보완성 강화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일본의 물류체계가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인접국인 한국으로서는 그 갭을 메우는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규슈지방과 부산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보다 다각적인 분야에 걸쳐 두 지역 간 교류를 더 한층 확대시키는 노력도 시도해볼 만하다.

일본 기업의 신흥경제국 진출과정에서도 한국 기업과의 제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요컨대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 기업의 조립형태 및 대외진출 방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해 양국 기업 간 협력의 여지를 찾아내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양국 기업 간 제휴를 광범위하게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로서는 일본 경제의 재건과정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차제에 한국의 대일경제협력 관계를 일층 긴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때이다.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통상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