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망자 2명 첫 확인…金외교 "교민 70~80명 피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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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지진…연락끊긴 교민 많아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일본에서 탈출한 한국 교민들은 "생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다"며 몸서리를 쳤다. 인천공항에 내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눈앞에서 벌어진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우리 교민 사망자가 14일 처음 확인되면서 피해 지역에 있는 친척,지인과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정부는 15일 민방위 훈련 때 동해안 일부지역에서 지진 · 해일에 대비한 대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센다이와 이바라키 공항이 폐쇄된 가운데 원자력발전소 건물이 폭발한 후쿠시마 지역의 후쿠시마 공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155편이 14일 오후 3시5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인 56명과 일본인 13명 등 69명이 탑승했다. 김현수 씨(52 · 자영업)는 "대지진과 쓰나미에 충격을 받고 원전 폭발로 두 번 놀라 급히 짐을 싸서 가족과 함께 일본을 탈출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지진이 일어난 직후 멀찌감치 원전 1호기쪽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봤다"며 "방사능 누출 위험이 많다는 뉴스를 듣고 곧바로 항공편을 구해 한국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이바라키 공사현장서 발견…60가구 200여명 아직 연락두절
후쿠시마서 귀국한 교민들 "살던 집 쓰나미에 통째 사라져"
범정부 차원 日지원책 추진…15일 지진대비 민방위 훈련
일본인과 결혼한 김봉남 씨(54 · 여)는 "후쿠시마에 집이 있는데 쓰나미로 사라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원전 1호기 폭발 이후 부산에 계신 부모님이 귀국하라고 연락해 왔다"며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와키에 거주하던 송경숙 씨(55)는 "남편이 후쿠시마에서 원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땅이 갈라지면서 건물들이 무너졌고 남편 사무실도 통째로 사라졌다"며 "첫 지진 이후 10여분마다 여진이 계속돼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그는 "후쿠시마 공항에서 이륙하기 직전 3호기 원전이 또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고 몸서리쳤다. 아시아나항공은 후쿠시마를 빠져나오려는 교민과 일본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 운항하던 177석의 항공기를 250석 항공기로 교체 투입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일본 대지진으로 우리 교민 이모씨(40)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우리 교민 사망자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는 히로시마의 건설회사 직원으로 지난 11일 지진 발생 당시 일본 동북부 이바라키현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굴뚝 증설공사 작업 중 추락했다. 같은 현장에서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 김모씨(43)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적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 중 한국이나 북한 국적을 갖지 않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재일동포로 법률상 무국적자다.
강진이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두절된 교민들이 적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임용주 미야기현 한국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쓰나미 피해지역에 70가구가 살고 있는데 10가구는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나머지 60가구 20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일 피해가 컸던 센다이시 이와테현 미야기현 등에 거주하는 22세대,70~80명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실종자 검색 사이트(japan.person-finder.appspot.com)에는 '서울에서 온 김◆◆ 씨가 천장 벽에서 떨어진 마감재를 맞고 사망' 등 한국인 사망 소식을 전하는 미확인 정보가 잇따르고 있다. ◆…여권은 이날 밤 긴급 당 · 정 · 청 9인 회동을 갖고 국무총리실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일본 지원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제안으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창구를 총리실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일본과의 교섭 창구는 외교통상부가,민간 차원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은 적십자사에서 각각 맡기로 했다. 정부는 15일 범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임 실장은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일부 종교인이나 네티즌이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데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고통을 당하는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15일 오후 2시 지진 · 해일 대비 훈련이 포함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진 · 해일 발생 시 영향권에 들어가는 강원 경북 울산 등 일부 동해안 지역에서 공습대피 훈련 대신 지진 · 해일 대비 훈련이 이뤄진다. 지진 · 해일 예 · 경보시스템(238곳)을 활용,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이 실제 대피하도록 해 대피로와 대피장소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인천=김인완/홍영식 · 최진석 · 이고운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