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목표는 세계 50대 은행"] (2) 금융위 '책임 회피'에 국민은행·HSBC 인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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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돌발 변수 만난 '하나+외환'…이번에도 되풀이 될까금융위원회가 16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을 두 차례나 무산시켰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않고 무작정 미룰 경우 금융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승인을 하든,승인을 하지 않든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만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번엔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론스타의 은행 소유가 원천무효"라는 외환은행 노조 등 일각의 반발 여론 때문에 16일 승인안건을 처리할지 딱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법리적인 검토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4일 "법리적으로만 따져 보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건과 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근거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대법원의 판결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특히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이 법률적인 판단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종업원이 법률을 위반했을 때 법인에 자동으로 벌금을 물리는 양벌규정은 2008년 이후 대부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론스타가 유죄로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금융위가 16일 인수 승인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국은 인수승인이 지연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인수승인이 4월 이후로 넘어가면 하나금융은 매달 329억원씩 지연보상금을 론스타에 지급해야 한다. 5월 말 이후엔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변양호 신드롬'이 생생한 금융당국이 반발 여론을 무릅쓰면서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속성상 일단 16일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금융산업을 상당 기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도는 과거에도 두 차례나 무산됐었다. 금융당국의 '무소신'이 주된 원인이었다. 국민은행은 2006년 5월 외환은행을 6조9400억원에 인수하기로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 등의 영향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2006년 9월 계약기간이 만료됐고,론스타는 11월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이어 2007년 9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SBC는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 인수 승인을 신청했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2심 판결 등의 여파로 승인이 지연됐다. HSBC는 2008년 9월 외환은행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하는 게 금융계의 우려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