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목표는 세계 50대 은행"] (2) 돌발 변수 만난 '하나+외환'

하나금융도 외환노조도 결론 내라는데…눈치만 살피는 금융위
금융빅뱅의 한 주체인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여세를 몰아 글로벌 50대 은행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KB · 우리 · 신한금융지주와 엇비슷해지는 만큼 4개 지주사 간 경쟁구도가 국내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란 기대도 상당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최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고법의 무죄선고를 파기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긴 만큼 인수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법리적으로 이번 판결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기미가 역력하다.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무한정 보류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한다.

◆쟁점1-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대법원이 최근 고법으로 파기 환송한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된 형사소송 건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사장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을 뿐 론스타와 외환은행에 대한 유 · 무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유 전 사장의 무죄를 전제로 역시 무죄가 선고됐던 론스타와 외환은행에 대해서도 재심을 요구했을 뿐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러나 "유 전 사장이 회사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고 당시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이로 인한 부당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사실상 유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2-양벌규정은 위헌인가?

과거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르면 개인이 업무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개인은 물론 소속 법인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이른바 '양벌 규정'이다. 이 같은 양벌 규정은 점차 사문화돼 가고 있다. 2008년부터 잇따라 위헌 결정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법률이 모두 위헌 결정이 났다.

하나금융은 이를 근거로 "유 전 사장의 유죄가 인정됐다고 소속 회사인 론스타가 유죄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법도 "대법원 판결은 2008년 검찰이 상고했던 것이며 2년8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보니 당시 고법이 위헌법률 심판청구를 하지 못했다"며 위헌법률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양벌규정이 위헌 판정 나게 되면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사실상 무죄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 노조는 "양벌 규정이 위헌이라도 결국 헌법재판소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쟁점3-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란은?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게 돼 있다. 10% 이상 은행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는 5년 내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또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여서도 안된다. 만약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거나 산업자본이란 금융위의 판단이 내려지면 해당 대주주는 10%초과 의결권이 제한되고 금융당국이 초과 지분에 대한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유보해 온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결론을 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외환 노조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금융위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외환 노조는 14일 금융위가 그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이행하지 않아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금융 당국을 상대로 헌법 소원까지 냈다. ◆쟁점4-10%초과분 누구에게 팔까?

문제는 금융위가 론스타에 10%초과분을 매각하도록 명령하더라도 이미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처분의 실익이 없다는 데 있다. 아울러 법적으로는 금융위가 매각 방식이나 가격,시점 등을 강제할 수 없다. 시장에 내다팔든 특정인에 매각하든 대주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만 매각 불응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외환은행 인수 · 합병(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하나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자회사 편입 요건을 100% 갖췄다"며 "법적으로는 도저히 승인을 내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리적으로 따져보면 매우 심플한 상황"이라며 "만에 하나 금융위가 론스타에 10%초과분 매각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를 하나금융에 파는 게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금융위가 이번 승인을 미룬다면 하나금융 투자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 노조 측은 이에 대해 "강제 매각 명령까지 떨어진다면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말고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5-금융위 승인 시점은?

하나금융은 대법원 판결과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별개이므로 16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계와 금융계에서도 이런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위가 인수건을 무한적 보류할 경우 하나금융은 매달 329억원의 지연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5월 말 이후에는 론스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이익만 많게 해 국부를 더 유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승인을 내든,승인을 불허하든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은 편이다.

이호기/류시훈/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