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11] 인텔도 반한 트리즈…"R&D인력 전원 교육, 품질 개선에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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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CEO 300명 참석"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다양한 트리즈 전문가들과 네트워크까지 만들 수 있어 금상첨화네요. "
하이닉스, 트리즈 '몰입 데이'…반도체 제조과정 문제 해결
현대·기아車, 6시그마와 결합…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
삼성, 의료기기 기술 예측…LG, 자체 교육프로그램 소개
나가판 아나말레이 인텔 말레이시아 지사 선임엔지니어는 지난 10~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11' 행사 내내 맨 앞줄에서 발표를 빠짐없이 들었다. 그는 "인텔은 2005년부터 트리즈를 도입했는데 품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연구 · 개발(R&D)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 전원을 대상으로 트리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나말레이 씨는 "아시아 · 태평양지역의 경우 전문가급에 해당하는 '레벨 3'까지 트리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10일 발표자로 나서 기계가 두 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한 번에 집어서 불량품을 만드는 문제를 해결한 과정을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 40여명 총출동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01'에는 국내외 전문가 40여명이 연사와 발표자로 참석해 트리즈 적용 성공 사례와 글로벌 동향을 공개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을 통한 스마트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손욱 서울대 교수(전 농심 회장),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 국내 트리즈 리더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트리즈 마스터 올레그 페이겐슨,유럽 트리즈협회장을 지낸 데니스 카발루치 프랑스 INSA 교수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대학,정부기관 등에서 300여명이 참석해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였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은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이 접합되고,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현재 기술 발전 특성에서 트리즈는 점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트리즈가 널리 확산돼 기업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입소문 타자 트리즈 확산"
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트리즈를 이용한 개선 사례를 발표했다. 하이닉스는 기존 칩 적층 방식의 한계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D램 적층에 사용되는 MPC(multi chip package ·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2개 이상의 칩을 하나로 합쳐 모듈을 만들고 이를 연결) 방식에서 D램과 MPC기판의 크기가 서로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 하이닉스는 사내 트리즈 전문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모듈을 3차원으로 설계해 그 안에 관을 삽입,이를 통해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하이닉스는 2007년부터 트리즈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트리즈의 습관화'를 모토로 다양한 부서에 트리즈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트리즈 콘퍼런스와 포럼을 개설하기도 했다. 4~6시간 동안 트리즈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몰입 데이(day)'를 만들기도 했다.
김성환 하이닉스 제조본부 책임연구원은 "처음 시범 도입했을 때 5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한번에 나왔을 뿐만 아니라 참신한 것들이 많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6시그마와 결합…신기술 예측에 이용현대 · 기아자동차는 트리즈를 DFSS(Design for Six Sigma · 식스시그마를 제품 및 공정 설계에 적용한 것)와 결합,신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박종락 현대 · 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6시그마팀장은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니라 전자기기 제어소프트웨어 등 3만개의 부품이 결합된 복잡한 시스템"이라며 "하나를 바꾸려 해도 다른 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시스템 전체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트리즈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의료용 기기 기술 발전 예측에 트리즈를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여형석 삼성전자 VIP센터 차장이 제시한 기법은 '기술 진화의 방향성에 관한 트리즈(TRIZ DE)'다. TRIZ DE는 특정 기술 시스템이 발전해 갈 때 어느 정도 방향성과 패턴이 있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각 기술이 부딪히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고 시스템이 완성돼 가는 방향을 정형화된 기술 발전 계보에 맞추면 예측력이 높은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쓰이는 생체정보칩은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전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쓰인다. 이 칩의 발전과정에 대해 삼성전자는 인구 제도 환경 등 '상위 시스템'과 부품 기술 콘텐츠 등 '하위 시스템'을 동시에 고려,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미래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했다. 여 차장은 "2013년께 u헬스케어 시스템이 개발되고,2015년쯤에는 의복에 컴퓨터가 들어가는 '웨어러블(wearable)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즈 교육 노하우도 공개LG전자는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체 트리즈 교육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MBA'를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MBA에서 MBA는 '마인드 변화(mind change)' '사고방식의 변화(brain change)' '행동의 변화(action change)'의 약자다. 신정호 LG전자 생산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트리즈는 사고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새로운 생각을 할 준비를 머리에 넣고,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조미현/조귀동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