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11] 10년 묵은 부품고장, 트리즈로 석달 만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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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트리즈 활용
기술 대신 창의적 해법 찾아
산업기술대, 15社 애로 풀어줘
146개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
반도체 웨이퍼 칩을 검사하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부품 고장으로 고민이 많았다. 원통형 금속에 바늘처럼 길고 가는 구멍들이 뚫린 필터 '프로브카드'가 열과 화학약품 때문에 변형이 생기면서 구멍이 막히기 일쑤였다. 일본에서 수입해다 쓰는 이 부품 값은 개당 3만원.새 부품을 갈아끼워도 2주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직원들은 필터 구멍이 막히지 않게 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마침 지식경제부 위탁을 받아 일하는 트리즈 컨설팅팀을 만났다. 기술적 배경 지식이 없는 트리즈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는 없었지만 '속는 셈 치고' 해결방안을 맡겨봤더니 3개월 만에 10년 묵은 문제가 풀렸다. 트리즈팀은 구멍이 막히지 않게 하는 문제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창안해냈다. 이후 이 회사는 3만원씩에 수입해 쓰던 프로브카드를 1000원에 자체 생산해서 쓰고 있다. 특허도 출원했다. ◆'트리즈는 기업 문제해결의 열쇠'
강승현 한국산업기술대 산학협력연계센터 매니저는 10~11일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11'에서 중소기업의 문제해결 사례를 발표했다. 강 매니저가 속한 한국산업기술대 산학협력연계센터는 2년 전부터 러시아 트리즈 전문가 3명을 초청,트리즈 컨설팅팀을 만들어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돕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강 매니저가 공학도가 아니라 러시아문학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떻게 공학적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트리즈적 문제해결 방법은 기술적 지식보다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문제 분석과 정의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일단 문제 유형이 파악되면 해결방안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강 매니저는 지난해 인천시와 손 잡고 사업을 진행했다. 트리즈팀은 한 회사당 3개월 정도의 컨설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대기업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트리즈를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였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중소기업을 방문하면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한 문제를 놓고 기업 관계자들과 10번 정도 미팅을 하는데,처음에는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냐며 불신합니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회사 전문가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죠.이런 식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도 풀어달라고 요청하곤 합니다. 트리즈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았습니다. "
한국산업기술대 산학협력연계센터는 2년 동안 15개 기업의 문제를 트리즈를 통해 해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146가지를 제시했다. 트리즈팀이 내놓은 아이디어 중 6개가 특허 출원됐고,5개는 특허 출원 준비 중이다. 컨설팅 분야는 반도체 장비부터 화학,금속,기계 등 다양하다. 강 매니저는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트리즈가 중소기업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트리즈 교육과 문제해결 사업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리즈로 시장개척 · 신사업 예측도
'트리즈를 통한 신제품 개발'이란 주제를 발표한 김익철 한국트리즈협회 회장은 "시장이든 제품이든 창조와 성공의 원동력은 누가 다른 경쟁상대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느냐에 있다"며 "트리즈적 방법론을 활용해 17가지 가치 프레임과 14가지 문제 프레임을 조합하면 새로운 창조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는 '트리즈를 활용한 신사업 예측'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요즘 화두(話頭)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창조경영"이라며 "블루오션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유동한 도구라면 트리즈는 구체적인 개념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최규술/양병훈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