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原電공포 확산] 원전 뉴스 따라 증시 '패닉'…한때 1900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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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변동폭 2년여만에 최대국내 증시는 15일 한바탕 공포가 휩쓸고 지나갔다. 일본의 원전 폭발 소식으로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19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다는 뉴스까지 전해져 투자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루머까지 난무…불안감 키워
막판 저가 매수로 1923 마감
이날 코스피지수 하루 변동폭은 103.73포인트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 10월29일(157.98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선물시장 거래량은 사상 최대(약 70만계약)를 기록했다.
◆도쿄 방사선 검출 소식에 '패닉 매도'
코스피지수는 소폭(0.22%) 하락한 1966.82로 출발한 뒤 곧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전날 주식을 샀던 외국인은 하루 만에 소폭 순매도로 돌아섰지만,기관과 개인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가 폭발하고,도쿄에서도 방사선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민첩하게 움직였다. 오전 11시까지 2000억원 이상 선물을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불과 10분 새 1500억원가량을 '팔자'에 나섰고 현물시장에선 프로그램 매도로 연쇄반응을 일으켜 지수는 오후 1시께 1882.09까지 추락했다. 이석경 우리투자증권 해외세일즈팀 차장은 "원전 폭발소식이 전해진 오전 11시부터 외국인 매도가 늘었다"며 "저가 매수주문을 걸어놨던 외국인들은 황급히 주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각종 루머 난무
지수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여의도 증권가에는 각종 루머가 난무했다. '풋옵션(지수 하락에 베팅)을 매매하는 투기세력들이 한국시장으로 몰려온다''일본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4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 등 출처 불명의 풍문이 메신저를 타고 전파됐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0% 이상 폭락하고,일본 지수선물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일시 매매정지)가 발동됐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다.
코스피지수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연기금 등이 저가 매수에 나서 오후 1시30분께부터 낙폭을 줄였다. 결국 47.31포인트(2.40%) 하락한 1923.92에 마감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은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진 채 마감됐다. 삼성전자(-4.44%) 포스코(-3.48%) 하이닉스(-4.65%) 등 전날 일본 지진 관심주로 주목받으며 급등세를 탔던 정보기술(IT) · 철강업종 대형주들은 전날 상승폭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078조9656억원(종가기준)으로 전날에 비해 27조7204억원이 증발했다.
◆불확실성 최고조,향후 전망 안갯속
전문가들은 시장이 공포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4일에도 원전 폭발이 있었지만 오늘(15일)은 도쿄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일본 경제가 일시적으로라도 마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며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원전 폭발로 인한 후폭풍이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서킷브레이커
circuit breakers.주가가 갑자기 급락할 때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미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국내에선 코스피나 코스닥지수가 전날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거래를 20분간 정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