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原電공포 확산] 방사선 누출->日 경제 마비->글로벌 공황 오나…불안감 폭발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채권 폭락 '뇌관' 우려

환율 급등락 '롤러코스터'
日·한국 정부 개입 가능성
일본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가 15일 급락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제2의 체르노빌'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공포에서 비롯됐다.

◆원전 안전이 최대 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까지는 9000엔 선을 지켰다. 하지만 11시20분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건물에서 수소폭발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NHK방송이 보도하자 폭락세로 돌변했다. 심리적 저항선이 모조리 붕괴되며 8220엔 선까지 추락했다. 하락률이 14%에 이르렀다.

11시53분께에는 도쿄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전날과 비슷한 81.60엔대에서 움직이던 엔 · 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81.20엔까지 떨어지더니 2분 뒤엔 82.01엔까지 치솟았다.

원전 연료봉이 노심용융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1% 정도의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줄이는 영향이 있다면 연료봉 노심용융은 일본 경제를 전면 마비시킬 것이란 공포가 일었다. 이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재앙을 맞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왔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 환류하나

일본 주가는 폭락했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엔화 가치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83엔대로 떨어졌으나 이후 조금씩 올라 이날 81엔대 중반을 나타냈다. 일본이 전 세계에 투자해 놓고 있는 자금이 국내 재난 복구를 위해 일본으로 대거 돌아올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다. 이는 1995년 고베 대지진 직후에 나타났던 현상이다.

일본은 외환보유액만 1조달러에 이른다. 6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채를 일본이 처분하기 시작하면 미국 채권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 청산되면 브라질이 최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브라질 관련 채권을 500억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일본계 자금이 60억달러가량 들어와 있다. 처분이 시작되면 국내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국 외환당국 움직임에 주목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대지진 발생 이후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투기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편승한 헤지펀드의 엔화 매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외환당국은 이 같은 인식 아래 엔화 가치가 추가 상승하지 않도록 시장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도 엔 · 달러 환율이 81.20엔에서 82엔대로 올라선 것은 외환당국이 개입했기 때문이란 소문도 있다. 일본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80엔을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외환당국의 매도개입 가능성이 불거졌다.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140원이 달러 매도 개입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방사선/방사능

우라늄 플루토늄 등 원자핵이 무거운 원소는 상태가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를 일으키는데 이때 방출하는 전자기파를 방사선이라고 한다. 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하며 세포 DNA를 교란,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방사능은 단위 시간당 원자핵 붕괴 수로 방사선의 세기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