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엉터리 루머에 놀아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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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방향 한국 쪽으로 바뀜.24시간 동안 실내에 머물고 창문도 닫을 것.이르면 오늘 오후 4시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합니다.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4호기가 추가로 폭발한 지난 15일.점심시간 무렵 메신저와 트위터로 이런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불과 몇 시간 뒤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는 출처 미상의 긴급 속보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바람 방향'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순식간에 인기 검색어가 됐다. 루머는 증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출렁거렸다. 마스크,여과지,손 세정제 제조 업체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거짓 글이었다. 한반도가 자리잡은 중위도 지방 상공에는 계절에 관계 없이 강한 편서풍이 분다. 지표면에서는 계절에 따라 바뀌지만 봄철에는 주로 서풍(西風)이 분다.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에 실려 한반도로 넘어올 수 없는 구조다.
엉터리 메시지가 급속도로 퍼졌던 이날 오후 내내 우리나라 전역에는 초속 5m 안팎의 강한 북서풍이 불고 있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첫 화면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언론도 일본 낙진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은 며칠 전부터 보도했다. 기상청이 "일본 상공 부유물질은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는 설명자료를 내놨지만 루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잘못된 소문을 처음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주가가 급락할 때 이득을 보는 풋옵션을 거래하는 '작전세력'의 소행으로 추측한다. 경찰과 금융 당국은 루머를 이용해 차익을 노린 세력이 배후에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 때도 악성 루머들이 기승을 부렸다. 세계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질서와 차분함을 잃지 않는 일본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미네르바'들이 판을 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트위터에는 16일에도 문제의 글이 계속 리트윗되고 있다. "내일 날씨도 못 맞히는 기상청 말을 어떻게 믿냐"는 그럴싸한 말과 함께.섬뜩한 악성 루머로 인한 쓰나미가 닥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4호기가 추가로 폭발한 지난 15일.점심시간 무렵 메신저와 트위터로 이런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불과 몇 시간 뒤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는 출처 미상의 긴급 속보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바람 방향'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순식간에 인기 검색어가 됐다. 루머는 증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출렁거렸다. 마스크,여과지,손 세정제 제조 업체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거짓 글이었다. 한반도가 자리잡은 중위도 지방 상공에는 계절에 관계 없이 강한 편서풍이 분다. 지표면에서는 계절에 따라 바뀌지만 봄철에는 주로 서풍(西風)이 분다.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에 실려 한반도로 넘어올 수 없는 구조다.
엉터리 메시지가 급속도로 퍼졌던 이날 오후 내내 우리나라 전역에는 초속 5m 안팎의 강한 북서풍이 불고 있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첫 화면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언론도 일본 낙진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은 며칠 전부터 보도했다. 기상청이 "일본 상공 부유물질은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는 설명자료를 내놨지만 루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잘못된 소문을 처음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주가가 급락할 때 이득을 보는 풋옵션을 거래하는 '작전세력'의 소행으로 추측한다. 경찰과 금융 당국은 루머를 이용해 차익을 노린 세력이 배후에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 때도 악성 루머들이 기승을 부렸다. 세계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질서와 차분함을 잃지 않는 일본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미네르바'들이 판을 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트위터에는 16일에도 문제의 글이 계속 리트윗되고 있다. "내일 날씨도 못 맞히는 기상청 말을 어떻게 믿냐"는 그럴싸한 말과 함께.섬뜩한 악성 루머로 인한 쓰나미가 닥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