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시봉과 감동 융합 기술

재즈 드러머 남궁연 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기술은 감탄(感嘆)을 주고 예술은 감동(感動)을 준다고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더욱 빨라진 중앙처리장치(CPU) 속도와 블루레이(Blueray)와 같은 생생한 기술 발전에 감탄하지만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고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감동은 기술이 아닌 음악,회화,영화와 같은 예술에서 얻는다. 그래서 기술(규격)과 예술(내용)이 만나야 하고 예술과 함께하는 기술만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호응 속에 세상을 먼저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지난해 추석과 금년 설 특집방송을 통해 통기타 그룹 세시봉(C'est si bon)이 다시 한번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 대중가요를 이끌었던 조영남,이장희,송창식,윤형주,김세환으로 대표되는 세시봉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자유자재의 기타 연주,그리고 40여년간을 연마한 심도 있는 음악으로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요즘 기획사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가수들과는 달리 그들은 순수성을 가졌고,음악과 함께 40년 우정과 스토리 있는 인간미도 가득했다. 작사자이자 작곡가,가수,기타리스트인 그들은 감동을 주는 음악 자체에다 인간적 감동까지 더해 보여주었다. 이러한 감동의 음악을 감각적인 기술로 제품화한 것이 2001년 10월에 나온 아이팟(ipod)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내놓기 전 포천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음악은 분명히 문화에 속한다. 음악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음악은 누구나 좋아한다. 음악은 공상적인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잡스는 합법적인 유통을 위해 아이튠즈에 음악을 모아 놓고 이를 하얀색 아이팟을 통해 감성적으로 판매했다. 기술과 예술을 인간미 있게 결합한 아이팟은 음악시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EMI,워너 등 전통적인 대형 음반회사들을 아이튠즈 속에 얽어매며 애플은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원회사가 됐다.

영화 아바타도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에 대한 80페이지 분량의 초기 스크립트를 쓴 것이 1994년이었는데,당시에는 신비롭고 원시적인 나비족,판도라 세계,2154년 미래의 과학기술과 무기체계가 어우러진 상상의 세계를 표현할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15년여를 기다리며 3D 기술과 직접 개발한 이모션 캡처 기술,스테레오 스코픽 편집기술들을 접목해 영화사의 또 다른 신기원을 개척했다.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인간적 스토리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탄과 감동을 선사했다.

기술이 예술을 품든 또는 예술이 기술을 품든 서로 만날 때,세상을 사로잡는 감탄과 감동이 함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융합형 인재들이 배출돼 세시봉 같은 감동을 융합한 제품들을 많이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