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려한 원색 조명은 '빛 공해'"

'4대강 자문' 경관조명 전문가 타메즈 대표
"한국의 경관조명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빨강 파랑 등 선정적인 원색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경관조명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자 호주 조명설계 전문업체 LDP의 공동대표인 안드레 타메즈 씨(70 · 사진)는 17일 "청계천 조명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보다 경관조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기술 모두 놀랄 만큼 성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관조명은 다리,각종 조형물,나무,상징물 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도시 발전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는 청계천,광화문광장,한강 교량 등에 설치돼 있다. 한겨울에 도심을 수놓는 루미나리도 경관조명의 하나다. 그는 4대강 16개 보(洑)에 설치하는 경관조명에 대한 자문을 위해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16곳을 모두 돌아본 그는 "16개 보를 하나로 묶는 일관된 시각적 표현이 부족하다"며 "몇 가지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담은 총체적 조명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타메즈 대표는 한국의 조명에 대해 "지나치게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이어서 문화적 차이로 색에 대한 감각이 다를 수는 있다"고 전제한 뒤 "유럽이나 미국은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를 빼면 조명 색상 사용이 제한적이고 통제돼 있다"고 전했다. 화려한 원색으로 만들어진 조명은 보는 사람의 감각에 해를 주는 '빛 공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채도가 낮은 조명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축,무대조명,인테리어,조명공학 분야 전문가 집단인 LDP의 공동대표이자 조명설계가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다리,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의 경관조명을 담당했다. 서울 청계천 조명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국제조명디자이너협회장(IALD)을 지내기도 했다. 타메즈 대표는 경관조명을 설계할 때 "누가,언제,왜 그 공간을 찾는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 둔치에 조명을 설치한다면 그 공간이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주변 주민들이 운동을 하러 오는지,야외 공연 무대로 쓰이는지,단순 보행로인지 용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조명 관련 규정과 표준에 대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조명 관련 규칙은 대부분 국제조명협회(CIE)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에선 가이드라인이 아닌 제약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