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서플라이 체인' 붕괴 가시화] GM 美 트럭공장 멈췄다…"일본산 車부품 재고 거의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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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진출 日 자동차업체도 "수주일 정도밖에 못 버텨"
도요타 태국공장 감산…르노삼성 잔업ㆍ특근 중단
日 후판 사용량 많은 조선업, 국내ㆍ中서 대체공급처 물색
르노삼성자동차는 18일부터 하루 2시간씩의 잔업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토요일 8시간의 특근도 한시 중단할 계획이다. 엔진 변속기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주요 부품 재고가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일본산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이달 말까지 선제적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며 "추가 감산 여부는 부품 수급 상황을 봐가며 이달 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글로벌 부품 '서플라이 체인'(공급 사슬)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조선 등의 분야에서 수십년간 부품 공급기지 역할을 해 온 일본이 공급에 차질을 보이자 일본산 부품을 받아 쓰는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산 부품 바닥…GM 생산 중단
GM은 오는 21일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공장 가동을 최소 1주일간 멈추기로 결정했다. 전자장치 등 일부 핵심 부품을 일본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 공장에선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캐니언 등 픽업트럭을 주로 생산해 왔다. GM은 작년 말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볼트의 변속기 부품 역시 일본 협력사에서 조달하고 있어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마크 레우스 GM 북미법인장은 "일본에서 큰일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일본 부품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요타 태국공장도 감산 절차에 들어갔다. 중형 세단 캠리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변속기 부품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고 있어서다. 우선 25일까지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승용차의 경우 현지화 비율이 60% 수준에 불과하다. 도요타 태국법인 관계자는 "감산하는 게 나중에 생산을 아예 중단하는 것보다 낫다"며 "이달 말쯤 생산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르노삼성에 이어 한국GM이 감산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일본산 부품 비중이 전체의 3~4%에 불과하지만 적정 재고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잔업 · 특근을 한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구형 라세티(수출용)와 쉐보레 스파크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조선업계 "일본 대체품 찾아라"
국내외 조선업체들은 일본산 원자재나 부품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국내산 또는 중국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비중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지진 피해로 인해 일본 철강사에서 들여오는 후판 운송이 늦어지면서 재고량이 줄고 있어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연간 사용량 가운데 20~40%의 후판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일본산 비중이 40%로 가장 높은 삼성중공업은 이미 후판 수입처 다변화를 준비 중이다. 업체들의 후판 재고량은 평균 한 달치 정도로 알려졌다. 일본산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재고 확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 크다. 빠른 시간 안에 대체 부품을 찾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3개 대일 수출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산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이 27.6%,원 · 부자재 구매에 차질이 생긴 기업이 16.7%로 나타났다. 예컨대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D사는 평소 거래하던 일본 업체로부터의 원자재 수입이 중단된 탓에 단기적으로 100만달러의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 진출 업체도 "수주밖에 못 버텨"
중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부품 재고가 수주 내 바닥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경제일보는 혼다의 중국법인 관계자 말을 인용,"대부분 업체들이 이달 말까지 생산할 자동차용 부품을 쌓아두고 있지만 내달부터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의 전력 공급과 운송시스템이 붕괴된 만큼 완전 회복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일본 업체들 역시 일본산 부품을 다른 곳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중국으로 들여온 자동차용 부품은 6912억엔 규모로 전년 대비 25% 늘어났다.
조재길/장창민/베이징=조주현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