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명분쌓기용 정전선언…다국적군은 공습준비

[0730]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군사개입 이후 리비아가 또다시 정전선언을 했지만 다국적군은 추가 공습을 준비하는 등 카다피군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리비아군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밤 즉각적인 정전을 발표하고 이를 지키도록 모든 부대에 명령을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군 대변인은 “리비아군은 오늘 밤 9시(현지 시각)부터 즉각적인 휴전을 준수하도록 모든 부대에 명령을 하달했다” 며 “적대 행위를 즉시 중지하라는 아프리카연합(AU) 요청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명분쌓기 정전선언,다국적군 재공습 준비

이날 정전선언은 다국적군의 공격에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하루 전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다국적군의 추가 공습이 예상되자 국제사회의 공격 명분 약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아에 대한 개입에 반대하고 있는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의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 내려는 전술로 보인다. 또 시민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지어 공세를 계속하는 명분을 쌓으면서 대외적으론 정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여 서방의 공습에 대한 명분을 흔드려는 의도도 있다.리비아군의 정전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비아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을 승인한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도 정전을 발표했으나 이튿날 새벽 정전 약속을 깨고 시민군 거점인 벵가지를 공격했다. AFP통신은 “리비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진 이후 카다피군은 벵가지 대한 공격을 멈췄지만 리비아 제 3의 도시 마스라타에서는 카다피군과 시민군 사이의 교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무아마르 카다피는 서방의 공습이 시작된 직후 국영TV에서 방송된 연설에서 “리비아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모든 무기를 동원해 싸우겠다”며 ‘장기전’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카다피측의 양면작전에 다국적군은 추가 공격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다국적군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이틀째를 맞아 감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추가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프랑스 군 대변인은 “프랑스 전투기 15대가 리비아 상공을 다시 선회하며 군사 작전을 수행했으며 카다피 정부군이 반격하지 않아 공습은 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덴마크 방송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 시고넬라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덴마크 전투기 6대 가운데 4대가 리비아 쪽으로 이륙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각각 전투기 8대와 6대를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참전,아랍권 동향은

아랍권에서도 카타르가 최초로 서방 군사작전 참가를 공식화했다. AFP통신은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 카타르 전투기 4대가 프랑스 전투기 편대와 함께 작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셰이크 하마드 빈 자셈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 19일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에 참석, 군사작전에 참여하겠다고 확인했다.

카타르의 이번 결정은 아랍국에 대한 공격에 아랍국가가 군사력을 동원해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실제 서방의 군사작전에 대한 아랍권 전반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지난 12일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유엔에 촉구하면서도 이 조치가 군사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9일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이 감행된 직후에도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폭탄을 안기는 것이 아니다”고 서방진영을 비난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53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된 아프리카연합(AU)은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는 군사작전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사회 반응 엇갈려

국제사회는 이번 공격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리비아 사태 이후 군사적 개입에 줄곧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미국은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상군 투입에는 부정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군사 행동은 미국이나 다른 파트너 국가들이 추구했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폭압적 지도자가 그의 국민들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며 “리비아에 대한 미 지상군 투입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와 독일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공습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무차별적 무력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독일도 리비아 제재는 물론 군사개입에서도 발을 뺀 상태다.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