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리스크 긴급 점검] 이번엔 리비아發 유가 공포…"혼란 확산땐 200달러 넘을 수도"
입력
수정
日 대재앙에 환율 불안 겹쳐…'5% 성장·3% 물가' 위태연초 한국 경제를 위협한 가장 큰 요인은 대북 리스크였다.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언제 또다시 도발할지 모르는 긴장 상태가 지속됐다. 이어 전국을 휩쓴 구제역 사태가 '5% 성장과 3%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를 진땀나게 만들었다.
국제 곡물값 마저 급반등…물가 상반기 5% 가능성
올해 1분기가 채 지나가기도 전에 새로운 대형 변수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재앙은 성장률을 좌우하는 물가 환율 금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등 원자재값 불안이 가장 위협적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리비아 사태 등 중동 ·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을 꼽았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리비아 자체가 공급하는 원유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정치 불안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으로 번진다면 문제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 갈 가능성도 열린 상태"라고 우려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바레인에서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이 나타날 조짐"이라며 "중동 국가 간 분쟁까지 터지면 원유시설 파괴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가 10% 오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0.7%포인트 하락한다"며 "1970년대와 같은 쇼크는 오지 않겠지만 유가 불안은 물가 등에 전방위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대재앙은 환율 변동성 키울 듯
일본 대재앙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 한 글로벌 부품 공장인 일본의 '서플라이 체인'(공급 사슬)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도 자동차 반도체 등 대부분 업종에서 부품 및 소재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간에 수급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실물경제보다는 환율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주요 7개국(G7)의 개입 등은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위안화 절상 등의 문제를 올 상반기에 처리하기로 미뤄놓았다"며 "국제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과 관련된 대립각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우려된다"며 "이 과정에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화 환율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등 대내 리스크도 여전
대내적으로는 연초부터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수요감소 전망으로 일시 조정을 받던 국제 곡물값이 최근 급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대외 여건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올 들어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중에 5%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며 "2분기부터 경제 성장률 역시 예상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핵실험 등 또다른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과이익공유제'로 대표되는 포퓰리즘성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욱진/유승호/안대규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