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향ㆍ당근맛…막걸리 다양해진다

내달부터 탁주ㆍ약주 규제 완화
과일ㆍ채소류 첨가 세율 없애고
증류식 소주 첨가도 허용
'당근 막걸리,포도향 약주,사과맛 백세주.'

내달부터 탁주와 약주 제품이 크게 다양해질 전망이다. 과일과 채소가 탁주(막걸리)와 약주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약주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주정이나 증류식 소주를 첨가할 수도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탁주 및 약주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달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탁주와 약주를 발효시켜 만들 때 과일과 채소류를 원료 합계 중량의 20% 범위 안에서 원료 및 첨가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탁주와 약주에 과일이나 채소류를 원료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주류업체들이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최고 72%의 높은 세율을 부과했다.

정부는 또 약주에 대해 제품 알코올 총량의 20% 범위 안에서 주정(酒精 · 알코올의 한 종류로 술의 주성분)이나 증류식 소주를 첨가해 제조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에서는 주정이나 증류식 소주를 약주에 섞을 수 없어 도수가 높은 약주를 만들려면 전적으로 발효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 때문에 도수가 높은 약주는 생산원가가 높아지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과일 등이 들어간 탁주와 약주에 적용하는 세율도 떨어진다. 지금까지 탁주와 약주의 발효 과정에 주정이나 증류식 소주를 넣거나 과일 및 채소를 첨가하면 '변형 주류'로 분류돼 최고 72%의 세율이 매겨졌지만,앞으로 과일 등이 원료로 들어가더라도 막걸리 세율은 종전대로 5%,약주는 30%만 부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맛과 알코올 도수의 탁주와 약주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개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주류업체는 새로운 주세법 규정을 감안한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대표적 약주업체인 배상면주가는 주력 제품인 '산사춘' 외에 사과를 첨가한 약주와 곶감을 원료로 한 와인 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탁주와 약주 제품이 고급화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탁주의 품질 경쟁력도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국순당 관계자는 "사과나 당근 오미자 등 과일이나 채소류를 다량 함유한 막걸리 생산이 가능해지고 복분자 원액을 넣어 출시한 막걸리 제품에도 복분자 양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정을 넣어 약주의 도수를 차별화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양한 도수의 약주도 생겨나 최근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탁주와 약주의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에서 올해 7000억원 규모로 커지고 내년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가 이 같은 막걸리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5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약주 시장도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