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56년 역사' 대한민국 최고 보험사…이젠 글로벌 무대로

"내실·성장 동시 달성"
車보험 外 장기보험 집중…계약유지율 업계 최고 수준
손보업계 2위 자리 굳혀

전략의 초점은'고객'
긴급출동·콜센터·보상 등 '7Heart Service' 선포

신뢰를 바탕으로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성과 꾸준함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 기업 성장 50년의 재조명'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6 · 25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1955년 당시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글로벌 경쟁에 처한 지금까지 100위권 안에 남아 있는 기업은 7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50년간 93개 기업이 아예 망하거나 10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한국 기업들은 극심한 부침을 거듭했다.

살아남은 7개 기업 중 현대해상은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1955년 국내 최초의 해상보험 전업사(동방해상보험)로 출범한 이래 56년 동안 끊임없는 체질 개선과 경영 혁신을 통해 국내 손해보험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실'과 '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현대해상은 2000년대 들어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제조업과 달리 보험업은 과거 영업의 결과인 계속보험료나 갱신보험료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손보업계 상위사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2%포인트가량 올라갔다. 덕분에 현대해상은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을 제치고 사실상 손보업계 2위 자리를 굳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손보업계는 방카슈랑스 온라인보험 홈쇼핑 등 비대면(非對面)채널과 독립법인대리점(GA)의 성장 등 판매채널 부문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서태창 사장은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동이 있었지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손익관리를 통해 2009년 역대 최고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외형과 내실의 균형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올해부터 전통적인 손해보험 종목인 일반보험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보장성 장기보험에도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보장성 장기보험은 실손의료보험 어린이보험 통합보험 등 보장을 위주로 하는 상품으로 보험 본연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상품으로 꼽힌다. 현대해상은 전체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장기보험 중 보장성 보험의 비율이 75%로 업계 상위사 평균인 71.9%를 상회한다. 장기보험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계약유지율은 가입 후 1년 동안 유지한 13회차 유지율이 82%,2년간 유지한 25회차 유지율이 62%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객이 최고의 가치"

서 사장은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에게 효율을 강조하면서도 본질적으로 고객이 없으면 그 모든 것이 소용없다고 강조한다. 고객 서비스야말로 보험회사 최고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고객 민원의 시작은 불완전판매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아래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신계약에 대해 완전판매 여부를 점검,보험계약 체결 때부터 고객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을 역설한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은 완전판매를 위한 점포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사내방송 등을 통해 일선 현장에 지속적으로 완전판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불완전 판매율이 높은 설계사에게 개선 계획서 제출 의무화 및 보수 교육 △평가 결과에 따른 보험계약 인수 금지 및 심사 강화 △불완전판매 삼진아웃제 △완전 판매율 인사평가 반영 등 강력한 제도적인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서 사장이 직접 7대 고객 접점 대표자와 함께 광화문 본사에서 '7 Heart Service' 선포식을 갖고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다짐했다. 고객과 접촉하는 채널을 긴급출동,하이플래너,콜센터,현장출동,장기보상,자동차보상,창구 등 7대 접점으로 분류하고 각 서비스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만족 경영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해상은 외부기관의 평가에서도 글로벌 고객만족도(GCSI),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기업(KNPS) 조사 등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시장 개척,글로벌화 추진

현대해상은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일본 종합상사인 이토추그룹 소속 '코스모스 리스크 솔류션'과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재보험 중개사를 설립,동남아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앞으로 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보험회사들과의 제휴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국영 보험사인 바오비엣(Bao Viet)과 협력관계를 맺고 한국 투자기업들에 대한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에 직원을 파견,조사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에 앞서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베이징에 '현대재산보험 (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보험 판매에 돌입했다. 일본 현지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지사는 2002년 이후 8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내실 있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지점은 미국 5위 손해보험사인 리버티 뮤추얼과 업무 제휴를 맺어 미국 가계보험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